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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하나 하시죠."
PC방에서 안톤 레이드를 돌다가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의 조병승 편집장님 전화였다.
"이번에 코딩이랑 무관합니다만에서 연사를 구하는데요, 장소는 광화문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합니다."
"하겠습니다."
코무는 개발자들이 모여서 노는 커뮤니티다. 코딩이랑 무관한 이야기 인척 하면서 코딩이랑 관련 있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곳이다. 코딩이랑 무관한 척 하지만 코딩 관련 질문을 하면 업계 전문가들이 튀어나와서 시크하게 답변을 쓱 달아주는 곳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창문과 사무실을 잘 만드는 회사다. 코무는 평소 좋아하던 커뮤니티였고,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는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다. 필자는 유명한 회사를 방문하는 걸 좋아한다. 강남에 있는 네이버 D2SF에서 라면도 끓여먹어 봤고, 판교에 있는 본사에서 피자 얻어먹다가 갑자기 몸 상태가 악화되어 의무실에도 가 봤다. 상상텃밭 본사에서는 설거지도 해 봤다.
누군가 "마이크로소프트 구경하실래요?"라는 제안만 했어도 수락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코무까지 있으니 너무 흥미가 동했다. 다만 차비가 걱정이었다. 필자의 한 달 기본급은 331,300원이다 보니 서울까지 왕복 차비는 아주 큰 부담이다. 숙박비까지 발생한다면 일주일 이상 굶어야 하는 상황. 다행히 왕복 차표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되어 별 고민 없이 승낙했다.
이제 두 번째 문제가 남았다. 사회복무요원이 복무와 관련 없는 활동을 할 경우에는 겸직허가신청서를 제출하여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다. 영리 목적이나 대가가 있는 활동의 경우에는 서류로 증명 가능한 생계곤란 사유가 있어야지만 허가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강연은 사회복무요원의 복무 범위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는 할 수 없는 행위다. 하지만 대가가 없는 비영리 목적의 활동인 데다가 주말이라서 겸직허가가 없어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최근에 너무 눈길을 많이 끌은 터라 병무청에서 필자를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았다. 청와대가 불러서 출장 간 날도 겸직허가를 올리고 갔었는데, 괜히 무방비하게 민간 행사에 참석했다가 책잡힐 여지가 남을까 걱정되어 이번에도 겸직허가를 올렸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허가가 났고, 한 가지 당부를 들었다.
"절대 기사 안 나가도록 기자들한테 미리 말 해라."
글쎄, 개발자 행사에 기자가 올 것 같지는 않았지만 알겠다고 대답했다.
병역법에 저촉되는 사항이 없도록 신변 정리를 모두 하고 나서야 이 행사가 어떤 행사인지 검색해 봤다. 이 행사는 개발자 커뮤니티들이 모여 매년 진행하는 행사인 것 같았다. 엄청 많은 개발자 커뮤니티들이 모여서 정보를 교류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행사인 것으로 생각된다. 올해 행사는 아직 홈페이지가 열려 있지 않았지만 작년 홈페이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작년에는 누가 발표를 했나 훑어보다가 한화 시스템 박상현 님을 발견했다. 아, 작년 코무 세션에서 발표하셨구나. 갑자기 이번 기회가 정말 큰 영광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코무에도 관련 소식이 올라왔다. 참고로 코무에 글을 쓸 때에는 말머리에 '코딩이랑 무관합니다만'이라고 적고서 코딩이랑 유관한 이야기를 하면 된다.
홈페이지도 열렸다. 페이지 디자이너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탁월한 감각의 소유주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와 줬으면 해서 SNS에 열심히 자랑을 했다.
"이 행사 오시면 저를 볼 수 있어요, 여러분! 외로우니까 좀 오셔서 놀아주세요!"
안 그러면 필자가 발표하는 세션이 텅텅 비어버릴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예전에 카이스트 교내 창업동아리에서 개최한 벤처포럼에 연사로 참석했는데 모객이 잘 되지 않아서 주최 동아리 회원들만 듣는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열심히 준비한 발표에 사람이 적으면 힘이 빠진다. 그런 일은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마치 생일파티에 한 명도 안 와준 것 같은 비참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와 줬으면 하는 바람에 세션 제목도 선정적으로 지었다.
코딩하는 공익 - 아직 세상을 바꾸고 싶은 개발자에게
다행히 티켓팅 오픈 다음날 오전이 되니 티켓 매진 소식이 들렸다. 맘이 약간 놓였다.
사실 제목을 저렇게 거창하게 지었지만 내용 면에서는 고민이 많이 되었다. 티켓팅 종료 시점으로부터 발표일까지는 3주가량의 시간이 있었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좋을지 고민이 들 때마다 필자가 가장 존경하는 시각디자이너 정규민의 명언을 곱씹었다.
"아트웍은 벼랑 끝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면서 하는 것이다. 낭떠러지면 아직 시간 있어."
그렇다. 아직 낭떠러지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맘 놓고 미루고 미루고 또 미뤘다. 사실 이 기간에 마감이 한 건 더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 396호에 기고를 하기로 했기에 글도 한 편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기고문도 발표자료도 마땅히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필자는 정해진 마감 안에 작품을 납품해야 하는 프로 예술가의 길은 걸을 자신이 없어졌다. 역시 표현이란 에너지가 가득 차 있을 때 해야 하고, 그 주제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정해져야 제맛인 것이다. 여하튼 장기간의 고민 끝에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개발자 문서와 PMF"
이 키워드를 떠올리고 나니 양쪽 모두 진도가 꽤 빠르게 나갔다. 발표 당일이 다가왔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는 참 예뻤다. 민트색 배경에 올라앉은 현판도 예뻤고 통유리 벽면으로 내려다보는 풍경도 시원시원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한옥처럼 보이는 건물 잔해 공사현장과, 시위 현장과, 한복 입은 외국인들로 가득한 경복궁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있자니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와 약간 과부하에 걸리는 기분이라 기분이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