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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청 공익과 노동부 출장 (完) 본문

코딩하는 공익

노동청 공익과 노동부 출장 (完)

halfbottle 2020. 5. 28.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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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하는 공익
국내도서
저자 : 반병현
출판 : 세창미디어 2020.04.27
상세보기

 

  대전 정부청사는 입구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경비원 또는 의경에게 용무를 설명해야 부지 내로 입장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름과 방문 목적을 메모하기도 한다. 건물 입구에서는 신분증을 맡기고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입장할 수 있다. 그걸로도 부족해 방문객을 인솔해 줄 담당공무원 한 명이 내려와 방문객을 직접 데리고 목적 부서까지 데리고 가야 되는 시스템이다.

 

  세종청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필자는 깊은 걱정에 빠졌다. 만약에 게이트를 통과해야지만 화장실에 방문할 수 있는 구조면 어떻게 하지? 인솔 공무원이 내려올 때까지 화장실을 갈 수 없는 건가? 정말로 차에 쌓여 있는 생수병들을 처분해야겠다 결심했다. 정말로 다행히 세종청사는 게이트 입장 없이 이용 가능한 위치에 화장실이 있었다!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게이트에 신분증을 제출하고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몇 분 뒤 조경옥 사무관님과 첫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시골 출신 공익은 파란색 후드티에 빨간색 청사 방문증을 대롱대롱 목에 걸고서 처음 뵙는 사무관님을 졸졸 따라갔다.

 

  고용서비스기반과는 11-2동 5층에 위치해 있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는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화이트보드와 회의용 테이블, 그리고 커다란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쪽으로 개인 책상이 배치되어 있었다. 회의를 굉장히 자주 하고, 의견 교류를 중요시하는 부서 같아 보였다. 그래, 첫인상은 관공서의 행정부서라기보다는 대학원의 드라이 랩(실험이 메인이 아니라, 컴퓨팅과 이론 연구가 메인인 연구실) 같은 분위기였다.

 

  커피를 한 잔 대접받으며 고용서비스기반과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간략하게 설명을 들었다. 입구 쪽 벽에는 벽 전체를 덮을 크기의 커다란 인쇄물이 붙어 있었다. 이 부서에서 하는 업무를 마인드맵과 유사한 형태로 체계적으로 도식화한 그림이 인쇄되어 있었으며 작은 글씨가 적힌 포스트잇들이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그 아래에는 책꽂이가 있었는데,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다. SQL이나 DB 등 IT 관련 도서가 대부분이었고 군데군데 통계나 머신러닝 관련 책도 있었다. 쉽게 말해 네이버 랩스 책꽂이에 꽂혀 있으면 어울릴 만한 IT계열 전문도서들이 관공서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것이다! 심지어 대학원생도 어려워하는 책도 한 권 봤다. 두 눈으로 분명히 봤다. 이 정도 책을 돌려 보는 부서면 필자가 도와줄 게 없는 것 아닌가?

 

  이윽고 부서의 다른 분들도 함께 테이블에 둘러앉아 서로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김동현 서기관님은 SI업체에서 엔지니어로 일 하시다가 행정고시를 본 케이스라고 하셨다. 조경옥 사무관님은 백엔드 보안 쪽으로 현업에 종사하시다가 오셨고 양수진 주무관님은 통계 전문가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현장 경력 10년 차 팀장 출신인 분도 계셨다.

  

당시 필자의 심정

 

  "저보다 IT 잘 아실 거 같은데요?"라는 말이 턱 끝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갔다. 집에 가고 싶었다. 공무원 세계에 이렇게 전문성이 깊은 인력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그런 인재들로 똘똘 뭉친 부서가 있다는 점 또한 믿기지 않았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고 뒤늦게 이영기 사무관님이 합류하셨다. 필자에게 맨 처음 전화를 주셨던 분이시고 고용서비스기반과가 아닌 근로기준정책과에서 일을 하고 계신다. 자칭 '업무 자동화에 미쳐 있는 사람' 이시라고.

 

  "그런데 왜 전문연을 안 하고 공익을 하셨어요?"

  "전문연을 하게 되면 여유가 없어질 것 같아서요. 대학원생활의 연장 아니겠습니까."

  "아 그렇군요. 저희가 사업장을 입력하면 주소지랑 상세정보를 띄워주는 서비스도 만들었는데 상상텃밭을 한번 쳐 볼까요? 상상텃밭은 어디에 있나요?"

  "안동시 송천동입니다."

 

  그런데 그 시스템에서 상상텃밭이 조회되지 않았다.

 

  "어.. 고용보험 가입되어있는 사업장이죠?"

  "네. 법인 설립하자마자 가입했죠."

  "이상하다 왜 안 뜨지? 이럴 리가 없는데?"

  

  그제야 마음이 좀 놓였다. 집에 안 가도 될 것 같았다.

 


  식사 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법인명의가 너무 길어서 검색에 안 잡혔던 것 같다. 회사 풀네임이 "농업회사법인 상상텃밭 주식회사" 인데, 8글자 이상 입력하니 정상적으로 뜨더라. (사무관님 안도의 한숨 쉬시는 거 분명히 들었다!) 상상텃밭 사업장 위치와 이것저것 부가적인 정보가 잘 조회됐다. 여기에 몇 가지 정보만 더 얹으면 아주 편리한 시스템이 될 것 같았다.

 


  맛있는 밥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반 요원님.. 반 선생님.. 어.. 어떻게 불러야 좋을까요?"

  "편하신 방법으로 불러주세요."

 

  지청에선 다들 반말인데. 말을 높여 주시는 것만 해도 충분히 감동받고 있었다.

 

  "저희 브런치 글이랑 페북 글이랑 전부 읽었어요. 인터넷에서는 노동청 공익보다는 카이스트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던데요?"

  "단톡 방에서 다 같이 글 돌려 보면서 우리가 데려오자! 데려와서 CNN 가르쳐달라고 하자! 고 난리였어요. 그래서 어떤 분인가 궁금하기도 해서 뵙고 싶었고요."

  "법대로 합시다 E북도 읽었어요. 내용이 상당히 전문적이던데요. 리걸마인드라는 게 정말 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세종으로 아예 옮기실 생각은 없으세요?"

  "공익은 법적 신분이 피부양자예요.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게 애초에 전제되어있거든요. 그래서 타지살이는 무리입니다."

  "하긴 세종시 월세도 비싸고..."

  "공익 월급으로는 월세만 내도 적자예요."

  "아쉽네요. 그래도 세종으로 오시면 안동에서 하시는 일 보다 더 재밌고 보람찬 일을 하실 수 있을 텐데."

  "그래도 괜찮은 게 안동에서는 딱 시급 받는 것만큼만 일 하는 것 같아요. 제 시급이 얼마쯤 될까요? 1600원쯤 되려나?"

  "그럼 혹시 일주일, 한 달 이렇게 출장 오시는 건 가능해요?"

  "어.. 장기간은 힘들 것 같은데요. 지낼 곳도 없고요."

  "양 주무관이 본인이 남자였으면 본인 집에 재우면 된다고 했는데 아쉽네요."

 

  출장 오기 전 서무님이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병현씨, 거기 분들 상당히 몸이 달아 있는 것 같았어. 분명 이번 한 번 부르는 걸로 안 끝날 거야. 밀당을 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열정 페이하고 오면 안 돼 일만 많아지면 병현씨가 힘들어."

 

  옆에 계셨던 다른 주무관님 말씀도 뭐라 말씀하셨는데. 뭐였더라? 간신히 기억해 냈다.

 

  "그래. 그러니까 술 한번 크게 사야지?"

 

  괜히 떠올렸다.

 

  


  노동부 고용서비스기반과에서 진행 중인 놀라운 계획과, 필자가 제안했던 업무 자동화 방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필자가 이들과 힘을 합쳐 일하게 될지를 순서대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이 곳에서는 노동자와 기업을 매칭해 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었다. 노동자가 이력이나 자격, 원하는 직무 등을 자연어 형태로 입력하면 시스템이 이를 파싱 하고, word2vec(워드 투 벡터)기법에 기반한 머신러닝으로 이를 NCS 직무분류의 확률분포로 변환한다. 노동자가 입력하는 피쳐는 최대 100여 개인 것 같고 NCS는 900여 종이다.

 

  노동자가 자신에게 익숙한 형태로 간략한 자기소개를 작성하면 관련된 직무능력과 관련된 직종이 좌라락 뜬다."클라이밍 시청 교육"이라고 간략하게 입력하면 클라이밍과 관련해서 시청에서 교육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직업목록이 좌라락 뜨는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기업에서 채용공고를 낼 때에도 간단한 체크 몇 번을 하는 것으로 NCS 직무분류에 기반해 굉장히 전문성 있고, 업무가 세분화되고, 업무별로 어떤 일을 수행해야 하는지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표준 채용공고가 저절로 완성되는 것이다.

 

  워크넷이나 알바몬 등을 들어가 보면 대부분의 사업주가 채용공고를 정말 성의 없이 낸다. 대체 무슨 일을 하는 직원이 필요하다는 건지 이해도 못 하게 적혀 있는 데다가 그마저도 진짜 10글자 내외로 적혀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표준 채용공고를 강제로 사용하도록 하면 구직자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겠네요?"

  "그렇죠. 그리고 기업의 니즈와 구직자의 특성을 매칭 하기도 쉬워 지기 때문에 적절한 인재를 적절한 기업에 추천해 줄 수도 있게 됩니다."

  "대단합니다."

  "이걸 사람인이나 뭐 그런 커다란 구인구직 업체 사람들 불러다가 설명했는데요. 돈 주고 만들어놓은 거 다들 쓰면 좋으니까요. 이게 너무 앞서 나간 거라서 감당이 안 될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렇군요."

  "기업에서는 수익성을 보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겠지만 정부는 아니거든요. 이런 걸 만들어 두고 보급할 수 있으면 시장에 사람의 직무능력을 보고 채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 거예요."

 

  놀랐다. 멋있다. 진짜 멋있다. 5급 공무원부터 힘이 세진다는 막연한 일만 들었지만 이걸 체감을 못 하고 있었는데 이제 이해가 됐다. 정말로 사회에 파급력이 있는 기획안을 만들고 실행할 능력이 있는 것이었다.

  

   "근데 순수한 머신러닝을 갖다 넣기에는 문제가 있어요. 지금 안동시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리직을 채용한 데이터를 뽑으면 대부분이 젊은 여성으로 나올 거예요. 이걸 학습시키면 인공지능도 똑같은 결론을 내리겠죠. 이건 공정한 결과는 아니잖아요? 합리성을 보장하면서 데이터도 따라가는 방법은 없을까요?"

 

  왜 없겠습니까. 그 사상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설사 없다고 하더라도 만들어야죠. 

  아무튼 이게 조만간 워크넷에 탑재된다고 하니 사업주든 구직자든 꼭 워크넷을 활용해 표준 채용공고와 직무능력 평가시스템을 이용해 보기 바란다.

 


  "워크넷 이용을 어려워하는 민원인도 많아요. 특히나 학력이 낮은 민원인들은 회원가입도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옆에 붙어서 일을 도와줘야 하는데 3~40분은 걸리거든요."

  "전국 노동청 중에 부천이 시범운영센터예요. 새 정책이 나오면 여기서 실험해 보고 괜찮으면 전국으로 확장하죠. 이번에 부천센터에서 실업급여 수급자를 대상으로 필수교육시간을 채우는 대신 실업급여 신청하러 온 민원인들에게 신청방법을 알려주는 봉사활동을 하면 교육시간 채운 걸로 인정해 주는 정책을 해 봤거든요. 그랬더니 온라인 실업급여 신청 성공률이 30%대에서 70%대로 올랐어요."

  "와.. 대박이네요?"

  "네. ux를 어떻게 개선하더라도 문제는 생기거든요. 여기 지청 말 듣고 이렇게 바꾸면 저기 지청에서 항의 들어오고. 그래서 누군가 옆에 붙어 있는 게 더 실효성 있을 거예요."

 


  "병현씨, 실업급여를 타 먹기 위해 구직의사가 없으면서도 워크넷에 이력서를 등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면접하자고 전화해도 잠수 타고 그러는데요. 머신러닝으로 이런 사람들을 걸러 낼 수는 없을까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워크넷에는 사용자의 최근 로그인 시간이나 채용공고를 몇 건 열어봤는지 같은 정보가 전부 db에 쌓이죠?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차라리 최근에 로그인했고, 활동기록이 활발한 사용자를 상위 노출시키면 어떨까요? 진짜 절실한 구직자면 하루에도 열 번씩 워크넷에 들어올 테니까요."

  "아.. 그게 훨씬 간단하고 실효성이 있을 것 같네요. 그거랑, 혹시 이런 것도 가능할까요? 노동부에서는 지원금이 굉장히 많이 나가거든요. 일자리 안정자금 같은 거요. 그런데 가끔 보면 허위정보를 신고해서 이런 지원금을 타 먹으려는 사업주가 있어요. 세무서에 신고된 근로자와 노동부에 신고된 근로자가 다른 경우죠. 업무공조가 안 되고 보안 문제상 서로 교류가 안 되다 보니 잡기가 힘들거든요. 혹시 지원 문서만 보고 인공지능으로 이걸 감별할 수 있나요?"

  "혹시 허위 지원자는 패턴이 있나요?"

  "저희가 노동자 수를 확보 가능한 루트가 5개 정도 있는데 그거랑 비교해서 재직자 수가 낮게 기재되어 있어요."

 

  통계기법으로 검증 가능한 부분이다. 다만 표본 수가 너무 적어서 문제였다.

 

  "저는 빅데이터만 다뤘기에 표본수가 28개 밑일 때 성립하는 기법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서류상 재직자가 대폭 줄었으면 높은 신뢰도로 적발이 가능하지만 살짝 줄어들면 신뢰도도 함께 떨어집니다. 정규분포에서 여기 색칠된 면적만큼의 신뢰도로 배척할 수 있어요."

 

  이 외에 3축 클러스터 현상도 정말 재밌었다만 글로 옮기기 복잡해 부득이 생략하겠다. 

  오늘 갑자기 생각난 건데요. 혹시 제 글을 읽으신다면 세바스찬 승 박사가 제안한 NMF(Non-negarive matrix factorization)을 랭크 3으로 실행해 보시고, 3축과 각각 basis사이의 실루엣 코이피션트를 구해 보세요.  NMF는 물리량을 보존하면서 클러스터링을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또 재밌는 현상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보내주신 이메일 읽고서 OCR의 필요성에 많이 공감했습니다."

 

  고용서비스기반과에서도 OCR을 도입하기 위해 장기간 노력해 왔다고 한다. 아무리 개선 의지가 있어도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별다른 문제다. 전쟁과도 같은 일이라고 한다.

 

  "근로개선과 주무관님들 모아 놓고 자동화하면 좋을 게 뭐가 있냐고 여쭤봐도 잘 모르시거든요. 근데 이렇게 이렇게 스캔한 걸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생기면 어떤 게 좋을까요?라고 여쭤봤더니 그제야 말씀들을 하세요. 무슨 서식을 지금까지는 공무원이 눈으로 읽고 손으로 타이핑해서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있더라고요. 이걸 자동화할 수 있을 거라곤 현장에서는 상상도 못 하시는 거죠. 그렇게 해서 자동화 가능하다고 찾아낸 서식이 지금 많지도 않아요 두 개예요."

  

  현장에서는 엄청 많은 종류의 서식이 사용되고 있고 가끔 민원인들이 자기 나름의 서식을 만들어 와서 서류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서식을 학습시키는 모델은 힘들 것 같았다.

 

  "낙서해도 되는 종이 있어요? 최대한 서식처럼 생긴 거면 좋아요."

 

  양 주무관님께서 서식 샘플을 가져오셨고, 어떻게 하면 하나의 OCR AI로 글로벌한 서식을 실무에서 인식할 수 있는지 알려드렸다.

 

  인터넷에서는 이게 가장 도입이 불가능할 거라는 반응이었는데, 실제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OCR을 준비해 왔다. 거들먹거리며 저런 건 손으로 해야 된다던 자칭 전문가들 예상이 빗나간 게 참 통쾌하구나.

 


  그 외에도 필자가 보냈던 이메일의 다른 아이디어들도 검토를 거의 끝내 뒀었다.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온나라 크롤러는 노동부 권한이 아니라 행안부 권한이라서 불가능하지만 팩스 같은 경우는 노동부에 권한이 있다. 토너 잔량 인식은 네트워크 프린터 같으면 쉬운데 로컬 프린터는 구현이 쉽진 않을 것 같다. 데이터 백업은 이미 NAS가 있다. 근데 이게 한 대에 30만 원인데 지청에서 자산취득비 써서 구매할 의향이 있을지 모르겠다.  보안점검부는 보안상 안될 것 같고 우체국 같은 경우는 api도 있다고 하니 쉽게 될 것 같다. 노동청에서 나가는 모든 우편은 손으로 등기번호를 입력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저희는 현장에서 등기우편을 하나하나 분류하고 있는지도 몰랐어요."

  "위에서는 자동화를 하고 싶은데 현장에서 뭐 때문에 고생인지 이야기를 안 해줘요."

  "전에 워크넷 개선 아이디어에 상금 걸었는데, 뭐 그딴데 상금을 거냐고 전화 와서 엄청 화내는 사람도 있었어요."

  

  아직까지 대한민국에 아이디어에 돈 쓰는 걸 세금낭비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러니 아무리 개선 의지와 열정 있는 사람들이 고생을 해도 현장이 안 바뀌는 거다.

 


  "일주일이나 한 달 출장이 곤란하시면 하루씩 출장을 와 주시거나 이메일로 저희가 자료를 보내드릴 테니 검토해 주시는 정도로 도와 주실 수 있으신가요?"

  "어 그런데 제 전공분야를 벗어나는 경우에는 저는 도움을 못 드릴 수도 있어요."

  "네 그건 괜찮습니다."

  "인공지능 전공한 사람이 옆에서 이건 된다, 이건 원래 안 되는 거다 이렇게 한 마디씩만 해 줘도 됩니다. 저희는 그걸 모르니까요."

  "이번 OCR도 그렇고 업체가 중간보고하면 그거 같이 검토 좀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전공자가 아니면 봐도 잘 모를 수도 있어서요."

 

  그래서 가끔 출장도 가고, 이메일로 의견도 주고받고. 정말로 자문을 하는 형태로 도움을 드리게 될 것 같다.

 


  "이번에 맥북 프로 샀어요! 병현씨는 노트북 뭐 쓰세요?"

  "저도 맥북 프로 썼는데 저번 주에 팔았어요."

  "아 다른 거 사시게요?"

  "아니요 밥값이 모자라서요..."

  "아..."

 

  공익은 가난하다. 개발자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맥북을 팔았으니, 이는 미용사가 가위를 판 것과 같고 요리사가 식칼을 판 것과 같다.

 


  애초에 이번 출장을 승낙한 것은 안동지청에 매일 출근하는 게 너무 지겨웠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공익 생활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단 이렇게 머리를 많이 써야 되는 업무가 루틴이 된다면 열심히 가라칠거다. 필자는 시급 1600원어치 이상 일 할 생각이 없으므로!

 

  이렇게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공익이 있는데, 병무청에서는 포상휴가도 안 주고 뭐 하는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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