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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는 엔지니어
대학원생활 2학기, 연구실 생활 2년차인 본인은 지루한 대학원생활에 활력이 되는 꿀잼놀이를 고안하는데 성공하였다. 이 노하우를 불쌍한 대학원생 교우들과 나누고자 한다. 이름하여 "랩미팅톤". 놀이 방법은 간단하다. 미팅이 있을 때 마다 노트북을 들고 가, 발표들을 들으며 귀를 쫑긋 세운다. 그러다가 "이런이런 걸 해야겠는데?" 라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즉시 코딩을 시작한다. 제한시간은 그 발표가 끝나는 순간까지!! 질의응답시간에 손을 들고, "아까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코드 방금 만들었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으로 게임은 끝난다. 처음에는 발표에 집중 안 하냐고 혼났지만, 몇 번 이런일이 있고 나니 랩미팅 중에 대놓고 노트북으로 딴짓을 해도 혼나지 않는다. 그리고 몇 편의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이 올라갈 것 ..
이 이야기가 페이스북에 무사히 포스팅된다면 나는 다행스럽게도 이 목숨을 잃지 않고 지켜낼 수 있었다는 뜻이리라. 대전역을 가기 위해 궁동에서 택시를 탔다. "학생, 나는 빨리 가야돼 무조건 빨리" 무슨 말씀을 하신건지 확 와닿지 않아 잠시 벙 찐 사이에, 스프린터마냥 무서운 속도로 택시가 승강장을 빠져나갔다. 그간 보x드림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나 구전되던 전설의 구아방 제로백을 몸으로 느껴볼 기회가 생길 줄이야. 갑작스러운 행운에 나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빨간불이었는데... x됐다...' 대한의 건아로써 용기를 쥐어짜 겨우겨우 안전벨트를 착용할 수 있었다. 어느새 기사양반은 유성구청 앞까지 속력을 줄이지 않은 채 차선 사이를 요리조리 닷지하며 앞서가는 차들에게 쌍욕을 퍼붓고 있었다. 내가 운전..
간만에 C코딩을 하다 감성이 터져버렸다. void main(void) 우리들 삶이 이렇지 아니한가! 치즈케익 스튜디오 아트워크 그룹 치즈케익 스튜디오 cheesecake.quv.kr 코딩하는 공익 하루 만에 3만여 명이 본 브런치 화제의 글 〈크롤러를 이용해 우체국 등기우편을 자동으로 정리해 보자〉의 주인공, ‘코딩하는 공익’ 반병현 작가의 첫 에세이. 단숨에 인기를 얻고 좋은 일�� book.naver.com 법대로 합시다 이 책은 실생활에 쓰이는 법학지식, 교양 수준의 법학지식, 법이 무엇인지 가볍게 접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양서적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경제적 풍요를 위해 재테크에 시간을 투자 book.naver.com 실전 민사소송법 이 책은 도서출판 해피로라를 통해 2017년 출간된 ..
방금 스팸전화가 왔다. "경북 의성에서 전화드립니다. 마늘 액기스 샘플을 무료로 드리고 있습니다. 통화 연결되신 40대 이상 남성분들을 대상으로..." 나는 40대 이상 남성도 아니고, 심심하던 차에 장난을 좀 쳐 보고 싶었다. 마침 의성이면 바로 안동 옆동네. 사투리 억양도 많이 비슷하다. "지가 마늘장사 하는데예." "(당황)아... 그 그러세요? 마늘 얼마에 파는데요?" "공판장에서 경매로 넘기는디 그게 매일 다르다 안 카나? 니 농사 짓는 사람 아니제?" "(개당황) 아... 저희는.. 그 가공.. 해서 판매하는 업첸데요.." "마 니들같은 놈들이 도둑놈들이다 카이! 밭떼기로다가 계약금 걸어놓고는 이런 저런 핑계 대면서 계약 파기하고 계약금 돌려달라 카고! 옆집 박씨네가 니들같은 놈들 때문에 어?..
나는 잠을 좋아한다. 정말로 좋아한다. 인간의 삼대 욕구 중 가장 황홀하고 달콤한 것은 수면욕일 것이다. 유신론적 견지에서는 잠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아름다운 축복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유신론적 사유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잡힌 입장을 고수하기 위하여 굳이 반대진영인 무신론적 해석도 밝혀 보자면, 인류가 이룩한 최대의 업적은 바로 잠을 잘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것 아닐까. 언어와 사회성의 획득, 전기의 발견, 우주정복 따위보다 수면이라는 생물학적 기능을 쟁취한 것이 이 땅에 인간이 태어나 가장 잘 한 일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 잠이 가지는 위상은 저만치도 높다. 그런데 그 존엄하고도 숭고한 행위가 방해받았다. 이게 모두 점심 무렵 커피가 함유된 음료를 한 모금 마신 탓이다. 커피. 한때 참으로 좋..
"앞으로 10분 뒤면 내 미래가 결정돼." "무슨 일인데?" 나와 그는 오늘 저녁 카페에서 프렛젤을 먹었다. 대학도 타지로 가고, 미네소타로 교환학생까지 다녀온 그는 최근부터 임용고시 준비를 위해 안동에 머물고 있다. 같이 밥 먹어줄 사람이 늘어서 좋다. "수요일 저녁 7시 40분이면 연금복권 추첨이 시작되거든." "너 복권 사냐?" "나는 복권을 사는게 아니라 인스턴트 행복을 사는 거야. 한 달에 만원씩."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복권이란 어차피 당첨을 기대하고 사는 것이 아니야. 그냥 사서 지갑에 넣고 다니기만 해도 수명을 늘려 주는 효과가 있거든." "난 네가 그렇게 무게 잡고 진지하게 개소리를 할 때면 포크로 머리를 뚫어버리고 싶어." "들어봐봐."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
방금 있었던 일이다. 안동 시내에서 아침부터 문 여는 헤어샵 찾아 해메던 중이었다. "저기요, 공덕이 많으신데 말씀좀 들어보세요." 우리 아버지뻘 되는 아저씨가 말을 걸어 오신다. 이런 포교활동이 어떤 비즈니스모델을 가지는지 세세하게는 잘 모르겠으나 나는 지금 몇 달째 자르지 못 한 머리를 한시바삐 잘라내고 정수리 펌을 해 빈약한 머리숱을 숨기고 싶은 마음 뿐인지라 그냥 지나쳐 보려 했다. 그런데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내가 전문 포교인한테 말빨로 이길 수 있을까? 아냐 쉽게 질 것 같지도 않은데?' 그렇게 어느쪽도 얻을 게 없는 고독한 승부가 시작되었다. "제가 공덕이 많긴 하죠. 제가 공덕을 어떻게 쌓아 왔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네?" 그 분은 몹시도 당황하셨다. 한 2초가량 말이 없으시길래 ..
내가 먼저 깨어난 원인은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KTX 수준이었다. 상대론이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속도 범위가 아니다. 당연히 초기 의도와는 많은 괴리가 발생했다는 뜻일 것이다. 아까 본 뉴스 내용이 문득 떠올랐다. - KAIST 원자력공학과 학생들, 정지된 원전에 무단 침입하여 원전 재가동 성공. 한반도 전역 전력공급 원활. 이 말인즉슨 한반도는 한때 전력공급에 차질을 겪었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 여파로 무언가가 잘못된 것 같았다. 이 방 내부가 서늘한 편이긴 하지만 인체 내부의 물질대사가 확연히 느려질 수준은 절대 아닌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옆에 누워 있는 저 두 사람 역시 조만간 깨어날 가능성이 커 보였다. 방 안에는 식량도 물도 없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