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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halfbottle 2020. 5. 30.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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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10분 뒤면 내 미래가 결정돼."

  "무슨 일인데?"

 

플레인치즈 프렛젤

  나와 그는 오늘 저녁 카페에서 프렛젤을 먹었다. 대학도 타지로 가고, 미네소타로 교환학생까지 다녀온 그는 최근부터 임용고시 준비를 위해 안동에 머물고 있다. 같이 밥 먹어줄 사람이 늘어서 좋다.


  "수요일 저녁 7시 40분이면 연금복권 추첨이 시작되거든."

  "너 복권 사냐?"

  "나는 복권을 사는게 아니라 인스턴트 행복을 사는 거야. 한 달에 만원씩."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복권이란 어차피 당첨을 기대하고 사는 것이 아니야. 그냥 사서 지갑에 넣고 다니기만 해도 수명을 늘려 주는 효과가 있거든."

  "난 네가 그렇게 무게 잡고 진지하게 개소리를 할 때면 포크로 머리를 뚫어버리고 싶어."

  "들어봐봐."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반드시 생기게 된다. 이러한 위기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의 마음에 평안을 머물게 한다.


  복권이란 일종의 인스턴트 행복이다. 2주에 한 번, 5천원씩 복권을 구매하고 2주가 지난 뒤 당첨을 확인한다. 당첨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그 복권은 나에게 즐거운 상상을 불러일으켜 준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이면 지갑에서 복권을 꺼내 화장실로 가는거야. 그리고 복권을 혼자 꺼내 보면서 눈을 감아. 아 당첨되면 뭐부터 할까? 일단 시원하게 차를 한 대 뽑고 카페를 하나 차리는거야. 그러고 나서 자산관리를 고민하며 노후자금도 조금 떼놓고. 여유를 갖는 거지."

  "너 뭐 행복회로 돌리면서 스트레스 푸냐?"

  "그럼. 자리에 앉아서 팔짱 끼고 눈 감고 당첨되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을 해 보는거야. 시간 정말 잘 간다? 화가 끝까지 올라온 상황에서도 20분만 투자하면 다시 기분이 좋아질 수 있어. 괜찮은 투자야. 술 담배보다 훨씬 저렴해. 한 달에 만원밖에 안 나가니까. 건강에도 좋고."

  "확실히 제정신은 아니군."

  "야 한번 상상해봐. 이거 당첨되면 어떡하지? 당첨금 수령하려면 서울로 가야되는데 휴가 써야겠지? 휴가사유에 뭐라고적지? 복무 중에 영리활동은 금진데 복권은 비영리로 봐주나? 액수가 커서 병무청에 따로 신고해야될텐데? 오는길에 외제차 한대 결제하고 탁송 걸고 내려올까? 심장 엄청 벌렁거리겠지?이런 실없는 상상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녹이고 다시 순식간에 일상으로 돌아오는거야. 상상해봐 너 당첨되면 임용고시는 취미로 준비해도 돼 한 20년 두고. 아니면 학원을 차리던가."

  "그럼 하루 한 시간만 출강하고 놀아야지."

  "나 1종보통 따올테니까 운전기사 시켜줘."

  "맨날 블루베리 쌓아놓고 먹고."

  "농부가 가장 큰 사치 부리려면 키운걸 하나도 안 내다파는거야. 취미로 먹을만큼만 키워서 그거 자기가 먹고 끝내는거지. 공판장에 물건은 하나도 안 내 놓고."

  "공판장엔 쇼핑하러 가는거지."

  "봐봐 벌써 기분 좋아졌지. 그렇게 에너지 충전하는거야. 한 달에 만원."

  "당첨될때도 있어?"

  "가끔 천원 오천원. 전에 로또 5천원치를 샀는데 거기서 5천원이 당첨된 적이 있어. 이런 소액은 바꾸러 가면 현금이 아니라 다시 복권으로 준다? 그래서 5천원어치 로또를 받았지. 근데 그게 또 5천원이 당첨이 된거야."

  "키야"

  "이런 일 일어날 확률도 되게 낮을텐데. 재미는 있어."

  "그렇게 생각하니 또 괜찮은 것 같기도."

  "술 담배를 전혀 안하니까 이런 식으로 스트레스 풀어도 수지타산이 맞아. 내가 사는건 인스턴트 행복이야."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1000원짜리가 하나 당첨되었다. 그치만 그게 크게 중요하게 와 닿지는 않는다. 2주 내내 스트레스를 녹이는 용도로 5천원 이상의 효용을 봤기에.

 

 

치즈케익 스튜디오

아트워크 그룹 치즈케익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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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하는 공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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