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는 엔지니어

죽음의 택시와 살아남은 대학원생 본문

뻘글

죽음의 택시와 살아남은 대학원생

halfbottle 2020. 5. 30. 23:06
728x90
반응형

  이 이야기가 페이스북에 무사히 포스팅된다면 나는 다행스럽게도 이 목숨을 잃지 않고 지켜낼 수 있었다는 뜻이리라.
  대전역을 가기 위해 궁동에서 택시를 탔다.


  "학생, 나는 빨리 가야돼 무조건 빨리"  


  무슨 말씀을 하신건지 확 와닿지 않아 잠시 벙 찐 사이에, 스프린터마냥 무서운 속도로 택시가 승강장을 빠져나갔다. 그간 보x드림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나 구전되던 전설의 구아방 제로백을 몸으로 느껴볼 기회가 생길 줄이야. 갑작스러운 행운에 나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빨간불이었는데... x됐다...'


  대한의 건아로써 용기를 쥐어짜 겨우겨우 안전벨트를 착용할 수 있었다. 어느새 기사양반은 유성구청 앞까지 속력을 줄이지 않은 채 차선 사이를 요리조리 닷지하며 앞서가는 차들에게 쌍욕을 퍼붓고 있었다. 내가 운전할 때 동승했던 친구들과의 대화가 갑자기 생각났다.


  "승객의 목숨을 내 목숨처럼 아끼는 드라이버다."
  "내 목숨 파리목숨 취급 받기 싫은데?"


  어느덧 이 지옥의 전차는 둔산동 한 가운데를 시속 140키로미터 속도로 가로지르고 있다. 이 순간 차로 위는 두 종류의 사람으로 나뉜다. 뒤에서 쫓아오는 한 마리 야생 아반때에 치일까 급히 간격을 넓히는 앞차와, 재앙이 지나갔음을 안도하며 내가 탄 택시를 욕하고 있을 뒷차들.


  기사 아저씨는 세상에 불만이 많으시다. 정치 종교부터 시작해 우리나라에도 통금 시간을 강제해야 하는거 아니냐는 하나도 알아먹지 못 할 이야기들을 흥분한 어조로 자꾸 뒤를 돌아보며 쏟아내신다. 도로교통법을 준수해달라는 말씀까지는 못 드리겠지만 제발 앞을 보며 운전해달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허나 이 질주귀의 심기를 거스르면 더욱 흥분해 뒤를 돌아보는 빈도가 증가할 것 같으므로 20여년간 갈고닦은 맞장구 솜씨를 십분 발휘해야 한다.


  아주 착한 학생이라며 사탕 한 웅큼을 집어 몸소 뒤를 돌아보시며 전해주신다. 지금은 아까보다는 속력이 많이 내려가 시속 120키로에 지나지 않는다.


  멀리 대전역이 보인다. 아니다 멀리가 아니었다. 그 사이 대전역 길 건너 횡단보도에 도착해 이 죽음의 상자 속을 탈출했다.


  아아. 나는 오늘도 살아남았다. 생명의 소중함에 감사한다.

 

 

치즈케익 스튜디오

아트워크 그룹 치즈케익 스튜디오

cheesecake.quv.kr

 

코딩하는 공익

하루 만에 3만여 명이 본 브런치 화제의 글 〈크롤러를 이용해 우체국 등기우편을 자동으로 정리해 보자〉의 주인공, ‘코딩하는 공익’ 반병현 작가의 첫 에세이. 단숨에 인기를 얻고 좋은 일��

book.naver.com

 

법대로 합시다

이 책은 실생활에 쓰이는 법학지식, 교양 수준의 법학지식, 법이 무엇인지 가볍게 접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양서적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경제적 풍요를 위해 재테크에 시간을 투자

book.naver.com

 

실전 민사소송법

이 책은 도서출판 해피로라를 통해 2017년 출간된 ‘실전 민사소송법’의 2판 격에 해당합니다. 2019년 연말까지의 최신판례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이 책은 변호사시험 또는 변리사시험을 준비��

book.naver.com

 

공학자의 지혜묵상

공학자가 지혜를 다루는 성경인 잠언과 전도서를 묵상한 글입니다. 논리와 지성이 신학을 만나 생기는 화학반응을 고스란히 녹여보았습니다.

www.bookk.co.kr

 

728x90
반응형

'뻘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랩미팅톤  (1) 2020.05.31
공수래 공수거  (0) 2020.05.30
마늘 농사  (0) 2020.05.30
잠과 커피에 대한 뻘글  (0) 2020.05.30
복권  (0) 2020.05.30
도를 아십니까? 돈은 잘 아는데요.  (0) 2020.05.30
지구 종말하는 꿈 (完)  (0) 2020.05.30
지구 종말하는 꿈 (2)  (0) 2020.05.3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