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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는 엔지니어
깜짝 놀랐다. 전 세계 인구의 2/3이 사멸한 이 시점에서 왜 유튜브에 내 얼굴이 걸린 동영상이 돌아다니고 있는 걸까. 제목도 좀 그랬다. 영상을 클릭했다. 비장미 넘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영상은 뉴스 기사에서는 요약하여 다루지 않았던 현 상황이 벌어진 경과과정을 상세하게 풀어주고 있었다. 하긴. 뉴스 기사치고 장기간 벌어진 사건을 매번 요약하며 뒷 이야기를 추가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유튜브 영상을 클릭한 것 까지 기억이 난다. 여느 꿈처럼 어느새 장면이 바뀌어 있었다. 나는 빈 침대에 걸터앉아 건너편의 황재민 형님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신기하게 영상에서 나왔던 정보는 머릿속에 잘 들어있었다. 2년 전부터 이 세상에는 백반증이라는 질병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신체가 외부에서부터 조금씩 ..
한창 기분 좋은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다. 한기가 느껴져 잠이 깼다. 잠에서 깼다고 바로 눈을 뜰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몸을 한껏 웅크린 채 옆으로 돌아눕는다. 아직 알람이 울리기 전이니 조금만 더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운 좋게 다시 잠들 수 있다면 더 좋고. 그런데 잠을 이어가기가 힘들었다. 꽤 큰 소음이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피부를 간지럽히듯 큰 소음이. 덜컹, 덜컹. 내가 잘 아는 소리다. 무슨 소리일까? 그래, 기차다. 기차 소리가 틀림없다. 기차가 달릴 때 선로와 바퀴가 부딪히며 나는 그 소리다. 그런데 우리 집 근처에 기찻길이 있었나? 내가 상상텃밭 근처 논두렁에 꼬구라져 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건 꿈일 것이다. 어차피 꿈 속이면 더 자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겠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