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는 엔지니어

노동청 공익과 행안부 출장 본문

코딩하는 공익

노동청 공익과 행안부 출장

halfbottle 2020. 5. 28. 23:49
728x90
반응형

2020/05/28 - [코딩하는 공익] - 업무 자동화 스크립트 짜주다가 국정원에 적발당한 썰

2020/05/28 - [코딩하는 공익] - 크롤러를 이용해 우체국 등기우편을 자동으로 정리해 보자

2020/05/28 - [코딩하는 공익] - 생각보다 파급력이 너무 컸다

2020/05/28 - [코딩하는 공익] - 생각보다 파급력이 너무 컸다

2020/05/28 - [코딩하는 공익] - 절필

2020/05/28 - [코딩하는 공익] - 노동청 공익과 노동부 출장 (1)

2020/05/28 - [코딩하는 공익] - 노동청 공익과 노동부 출장 (完)

2020/05/28 - [코딩하는 공익] - 노동청 공익과 행안부 출장

2020/05/28 - [코딩하는 공익] - 노동청 공익과 또 행안부 출장

2020/05/28 - [코딩하는 공익] - 예술에 대한 복잡했던 심정

2020/05/28 - [코딩하는 공익] - 혁신 못 하는 조직의 특징

2020/05/29 - [코딩하는 공익] - 공무원을 위한 정부혁신 가이드 - PDI 관점 (1)

2020/05/29 - [코딩하는 공익] - 공무원을 위한 정부혁신 가이드 - PDI 관점 (2)

2020/05/29 - [코딩하는 공익] - 공무원을 위한 정부혁신 가이드 - PDI 관점 (完)

2020/05/29 - [코딩하는 공익] - 공익근무 중에 논문을 써도 될까?

2020/05/29 - [코딩하는 공익] - 공익근무중에 논문을 몇 편이나 쓸 수 있을까?

2020/05/29 - [코딩하는 공익] - KAIST 출신 AI석사가 악플에 대처하는법

2020/05/29 - [코딩하는 공익] - KAIST 출신 AI 석사가 스팸메일에 대처하는법

2020/05/29 - [코딩하는 공익] - 책 팔아서 차도 사고 집도 사고 결혼도 할 수 있을까?

2020/05/29 - [코딩하는 공익] - AI 석사 취급이 받고 싶었던 공익

2020/05/29 - [코딩하는 공익] - 입대 전엔 대한의 아들, 입대 후에는 느그아들

2020/05/30 - [코딩하는 공익] - KCD2019 강연 후기 (1)

2020/05/31 - [코딩하는 공익] - KCD 2019 강연 후기 (2)

2020/06/01 - [코딩하는 공익] - PMF 높은 글쓰기와 그로스해킹

 

코딩하는 공익
국내도서
저자 : 반병현
출판 : 세창미디어 2020.04.27
상세보기

 

 

  지난해에는 복무 중에 어떻게 하면 행정혁신의 필요성을 전 국민들에게 촉구해 공직사회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데 대부분의 심력을 소모했다. 청소를 하면서도, 화장실 휴지 박스를 창고에서 꺼내면서도. 그게 결국 돌고 돌아서 공무원들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민원 개수를 늘리는 데 기여할 것이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혜택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작년 말에 청와대의 초청으로 출장을 다녀온 이후 지금까지 많은 연락이 왔지만 대부분의 요청을 전부 거절해 왔다. 이미 행정혁신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고 국민들의 공감대를 자극하겠다는 목표는 충분히 달성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뿐만은 아니긴 하다. 사람 오라 가라 불러놓고 특별휴가(군인의 포상휴가와 같은 개념) 하나 챙겨주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노동청 안동지청에서 큰 일 했다며 2일을 챙겨줬을 뿐. 열정 페이 시키려고 연락 주는 높으신 분들도 많았다. 심지어 처음 뵙는 본부 5급이 찾아와 복무 중에 뭐 좀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어떤 대가를 줄 수 있는지 물어보니 말을 돌리시더라. 자세한 스토리는 훗날 나올 책에 상세하게 적을 것 같다. 하. 통신보안.

 

  사실상 코딩하는 공익 프로젝트는 성황리에 종료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굳이 필자가 노력하지 않더라도 많은 국민들이 개선된 행정을 원하고 있고, 행정혁신을 기획하고 계시던 분들 중 몇몇은 아이디어도 받아갔다. 필자의 생각에 이 정도면 평균적인 사회복무요원 한 명이 복무 중에 생산하는 사회적 효용성을 아득히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므로 이제는 여유시간을 필자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

 

  올해 들어 필자는 노트와 펜을 들고 출근해 자투리 시간마다 연구를 하고 있다. 필자는 사회복무요원이기 이전에 한 명의 학자다. 행정혁신이나 업무 자동화보다 자연의 신비를 밝혀내는 게 더 재밌고 보람차다. 새로운 지식을 발견해 공유하는 것은 전 세계 인류와 후손에게 기여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론 연구는 노트와 펜만 있으면 얼마든지 수행할 수 있다. 아니, 계산이나 수식 유도를 하지 않을 때에는 그 조차도 필요 없다. 빗자루질을 하고 분리수거를 하면서도 연구는 할 수 있다. 덕분에 벌써 논문을 쓸 수 있는 성과도 두 건이나 나왔다. 복무 중에 해외학회를 참가하는 데에는 큰 제약이 따르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학회에 휴가 쓰고 다녀오는 것 정도는 가능하리라.

 

  퇴근 후에는 누워서 논문을 읽거나 글을 쓴다. 얼마 전에는 새로운 출판 계약이 성사됐다. 일반인을 위한 업무 자동화 매거진을 다듬어서 "비전공자가 읽을 수 있고 당장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업무 자동화 책"을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하여 생능출판사와 의견을 교류하고 있다. 이 책은 필자의 복무가 끝난 이후 출간될 예정이다. 코딩하는 공익 책도 그쯤 나올 것 같다.

 

  무튼 여가시간을 남 좋은 일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는 뜻이다. 쓰레기 정리하고, 화장실 휴지 교체하고, 우편 정리하고. 복무에 있어서는 딱 사회복무요원 1명 분의 소임만 다하려고 한다.

 

  "내가 정부에 자문 한 건 하는 것보다 연구노트 한 페이지 더 쓰면 그게 인류와 후손들에게 더 큰 기여다."

 

  이게 요즘 필자의 개인적인 복무 신조다. 국방부 시계가 정말 빠르게 돌아간다. 아마 지금의 필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군생활을 재밌게 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제안을 수락했다.

 


  행정안전부에서 연락이 왔다. 정부혁신 담당관들이 모여서 워크숍을 진행하는 데, 여기에 참석해 우수사례로 발표를 해 달라는 연락이었다. 근데 이 연락을 페이스북 메신저로 받았다.

 

  흥미가 생겼다. 날짜도 4월 초순이고. 현장 실무자가 기획자에게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이래저래 공익적인 효용성이 클 것 같았다.기분전환이 될 것 같기도 했다. 정규민 디자이너에게 "예술가에게 경험이란 자산"이라는 깨달음을 전수받기도 했고.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장소가 천안이다. 여자 친구가 천안에 있었기에 이 제안이 더 매력적이었다. 주말에만 가끔씩 만나는데 행사장소가 천안이면 발표가 끝나고 만나러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수락했다.

 

  그런데 또 병무청에서 태클을 걸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이번에도 "그건 사회복무요원의 복무 범위 위반"이라고 하면 어떡하나. 다행히 이 부분은 행안부에서 병무청과 풀어보기로 이야기가 되었다. 퇴근길에 팝콘을 샀다.

 

  다행히 병무청에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당일 행안부에서 안동 노동청에 연락해 동의를 구했다. 안타깝게도 담당공무원이 동행하게 되어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갈 수는 없게 되었다. 안타깝다. 의욕이 떨어졌다. 흑.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대구지방병무청에서 전화가 왔다. 소식이 참 빠르다.

 

  "네. 네. 행안부에서는 차관님 참석하시고요. 네. 청와대에서는 수석과 비서실장님 오시고요. 네. 그렇죠. 그 외에 여러 부처에서 140분 정도 오신대요. 네. 맞아요. 행정안전부."

 

  그대가 아주 자랑스럽다. 발표일에 정장을 입을 것인가? 특별휴가를 받을 수 있도록 복무지에 꼭 이야기를 전달해 주겠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다. 작년에는 병무청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어느새 이렇게도 사이가 좋아졌다.

 

  "대구지방병무청 홍보를 위한 보도자료나 인터뷰가 필요하면 적극 협조해 드리겠습니다. 하하."

  "아주 고맙습니다."

 

  상황이 아주 잘 풀렸다.

 


  하루짜리 겸직허가도 받았다. 필자의 리걸마인드에 따르면 병역법에서 규정하는 사회복무요원의 복무 범위에 강연이나 발표는 포함되지 않는 것 같아서 최대한 규정상 책잡힐 일이 없도록 신경을 썼다. 아무리 병무청에서 괜찮다고 하지만 실무자의 견해가 필자의 리걸마인드와 충돌하는 이런 때에 필자는 의사결정을 하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

 

  "혹시 이 일이 내가 과기부 장관 되는데 지장을 줄 수 있는가?"

 

  이 사고방식은 KAIST 발명동아리 동기였던 형이 알려준 것인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따라하고 있다. 청문회에서 반대 진영에 의해 모든 치부가 밝혀지는 상황에서 떳떳할 수 있는가. 어찌 보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라는 윤동주 시인의 숭고한 이상과 일맥상통하면서도 비교적 현실적인 맛이 강하다.

 

  "아무리 공익적인 목적이지만 병역법 위반 아닌가요? 부실 복무 하셨네요?"

 

  만약 필자가 과기부 장관이 되기 위해 청문회석에 앉으면 이런 말이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익적인 목적이고 공문까지 내려온 경우 겸직허가만 받으면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서류 한 장 작성하는 수고를 아낄 이유는 없다.

 


  바로 다음 주 화요일 일정이다. 공문도 수신했고 출장처리도 마무리되었다. 발표자료도 만들어 보냈다. 스크립트를 고민 중이던 차, 친구가 단톡방에서 고민을 토로했다.

 

  "하. 이번 달에 결국 야근 40시간 넘겼네. 죽고 싶다."

 

  이 친구는 작년 가을에 임용된 9급 공무원이다. 무슨 사정인지 소상히 들었다.

 

  정부혁신 예산을 투입하고 지방청으로부터 성과를 수집할 게 아니다. 성과가 아니라 현장에서 죽어나가는 사람 목소리를 먼저 수집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다음 주에 필자가 해야 될 이야기가 결정됐다.

 


  이번 행사는 천안시에 있는 우정공무원 교육원에서 실시됐다. 우체국에서 일하게 될 신규 공무원들은 여기에서 연수를 받는다고 한다. 위치도 아주 좋다. 톨게이트 바로 옆이다. 아무래도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다 보니 이 곳으로 장소를 선정한 것 같다. 행사 하루 전 날 인터넷에 기사가 나왔다.

 

  세종시 고용노동부 출장은 혼자 다녀왔는데. 지난번 청와대 때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인솔 공무원과 함께 움직여야 했다. 운전이라도 번갈아 가면서 할 수 있으면 좀 나을 텐데 관용차가 아니라서 그러지도 못하고. 마음이 불편했다. 운전을 좋아하기도 하고. 다음에도 출장 갈 일이 생기면 필자의 차로 다녀오고 싶다. 주무관님은 조수석에 태우고 말이다. 도착 시간이 애매해서 점심도 못 먹고 회장에 들어갔다. 샌드위치와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으나 손을 대지 않았다. 아픈 사람이 힘들게 멀리 출장 왔는데 이왕이면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었기에.

 

  행정안전부 차관님이 먼저 강연을 하셨고 필자는 그다음 차례였다.

 

  강연을 듣는 분들은 전국에서 모인 혁신담당관이다. 과장급(주로 4급)이 대부분이라고 전해 들었다. 아마 필자의 강연 내용이 급진적으로 보여 불편했던 분들도 분명히 계실 것이다. 하지만 혁신의 본질을 이해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들으셨으리라 생각한다. 

 

  혁신은 준비기간이 오래 걸릴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성과는 굉장히 단기간에 터뜨릴 수 있어야 한다. 갑작스레 많은 것이 바뀌기 때문에 혁신이라고 부르는 것이거든. 속도가 느린 변화는 개선이라 부르면 족하다. 혁신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강연 중 우체국을 맹렬하게 비판했다. 우체국은 국장 인사평가에 '인원을 얼마나 감축했나'가 들어가 있다. 그래서일까, 내 친구가 일하는 지방의 작은 우체국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이전 국장이 실적을 위해 인원을 대거 감축하고 이전해버린 탓에 일손이 엄청나게 부족해져버린 것이다. 9급부터 7급까지 모두가 야근에 주말출근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덕분에 신입이었던 친구가 매달 초과근무를 40시간씩 했다고.

 

  발표가 끝나자마자 회장을 떠났다. 함께 간 주무관님은 한 시간 반 동안 심심하셨을 것이다. 

 

  "점심 어떻게 하지?"

  "그 맛있다던 만두전골 맛집 어때요?"

  "거기 줄을 한 시간은 서야 될 것 같아."

  "그러면 고속도로 휴게소 갑시다."

  "어? 혹시 냉면 먹을래?"

 

  우정공무원 교육원에서 내려오자마자 보이는 곳에 새로 오픈한 냉면집이 있었다. 개업 이틀 차다. 주방 식기가 모두 번쩍번쩍 빛이 났다. 개업 기념이라며 시루떡과 물만두를 주셨다.

 

  국물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냉면은 처음이었다.

 

  이번 출장에서 들떠서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감흥이 있었던 유일한 것이 바로 이 냉면집이다. 다음에 여자 친구랑 와야겠다. 출장 오길 잘했다.

 

  이날 몹시 피곤해서 수영은 안 갔다. 상상텃밭 이민우 이사 집에 놀러 가 필자가 유도한 방정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에 와서 누웠다. 카톡이 울렸다. 9급 공무원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병현아 혹시 오늘 초과근무 이야기했어? 지금 모든 안건이 초과근무에 맞춰져 있어."

  "무슨 일인데?"

  "앞으로는 초과근무 기록 안 하고 야근을 해야 될 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수당 못 받고 야근하는거야!"

 

  뒷 이야기는 <코딩하는 공익> 책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치즈케익 스튜디오

아트워크 그룹 치즈케익 스튜디오

cheesecake.quv.kr

 

코딩하는 공익

하루 만에 3만여 명이 본 브런치 화제의 글 〈크롤러를 이용해 우체국 등기우편을 자동으로 정리해 보자〉의 주인공, ‘코딩하는 공익’ 반병현 작가의 첫 에세이. 단숨에 인기를 얻고 좋은 일��

book.naver.com

 

법대로 합시다

이 책은 실생활에 쓰이는 법학지식, 교양 수준의 법학지식, 법이 무엇인지 가볍게 접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양서적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경제적 풍요를 위해 재테크에 시간을 투자

book.naver.com

 

실전 민사소송법

이 책은 도서출판 해피로라를 통해 2017년 출간된 ‘실전 민사소송법’의 2판 격에 해당합니다. 2019년 연말까지의 최신판례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이 책은 변호사시험 또는 변리사시험을 준비��

book.naver.com

 

공학자의 지혜묵상

공학자가 지혜를 다루는 성경인 잠언과 전도서를 묵상한 글입니다. 논리와 지성이 신학을 만나 생기는 화학반응을 고스란히 녹여보았습니다.

www.bookk.co.kr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