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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코딩하는공익을 연재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 반병현입니다.
그간 제 글을 재미있게 읽어 주신 여러분들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어느새 구독자가 900명이나 되었네요.
글을 연재하는 과정에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바이럴 루프도 몇 번 돌아가고, 인터뷰도 하고. 노동부에서 움직이기도 했지요. 언론에서 연락도 많이 받았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브런치 조회수와 외부로 퍼날라진 글들의 조회수를 다 더하면 100만이 넘어가요. 이거 지표 열심히 분석하고 있었는데 프로젝트 자체가 종결됐으니 그만 분석해도 될 것 같네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다 보면 소양교육이라고 하는 5일간의 합숙 교육을 받게 됩니다. 교육 중에 강사님이 칠판에 사회복무요원의 시급을 계산해서 적어주시며,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 하지만 여러분은 2년간 가장 낮은 자리에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입니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사회복무요원이 평범하게 복무해 봐야 많은 국민에게 혜택을 돌아가게 하기는 힘듭니다.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가장 많은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봉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노동청에서 근무하다 보면 정말로 억울한 상황인 민원인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한 사람의 공무원이 처리해야 될 사건 개수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사건 처리만 하면 될 게 아니라 서류 작업도 해야 하죠.
공익 한 명이 박스를 잘 운반하고, 청사를 열심히 청소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많은 국민들의 처우개선에 기여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런 업무는 기본적으로 처리하면서도 국가행정에 '업무 자동화'라는 키워드의 작은 공을 쏘아 올릴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노동청에 찾아오는 민원인 중에는 약자가 많다. 한 명의 공무원이 일주일에 한 개의 민원이라도 더 처리할 수 있다면 일 년이면 수십만 명의 민원인이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된다. 만약 하루에 한 개의 민원을 더 처리할 수 있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지금보다 백만 명 이상 더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억울함을 풀고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게 제가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성공했다고 봅니다. 노동부 본청에 계시던 열정 가득한 부서에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할 기회가 되었으니까요. 수년 안에 여러 업무가 자동화될 것이며, 그만큼 공무원 한 명이 민원인을 상대하는 데 쏟을 수 있는 시간이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노동력 부족으로 해소되지 못 한 채 쌓여 있던 민원서류가 더 빨리 처리될 것입니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많은 국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제 나름대로의 방법론이 성공한 것이죠.
더욱 빠르게 파급효과를 보기 위해 이 과정을 거의 실시간으로 글로 옮겼습니다. 덕분에 '고용노동부에는 굉장히 능력과 열정이 뛰어난 IT부서가 있다'는 점이나, 그들이 '학벌이나 성별이 아니라 직무능력에 기반하여 노동자와 기업을 매칭해 주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 등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홍보할 이야기들을 제 글에 실어서 퍼뜨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동청 공익은 노동부 소속이 아닙니다. 병무청 소속의 파견 직원 같은 신분이죠. 그러다 보니 저는 노동부보다 병무청 말을 더 잘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양쪽이 온도차가 너무 커요. 아이엠 그루트 아이엠 그루트 아이엠 그루트 아이엠 그루트 아이엠 그루트 아이엠 그루트.
제게 문제가 생길 까 걱정되셨는지 복무관리관이 두 차례나 전화를 주셨어요. 전화 주신 복무관리관과는 글을 일부 수정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긴 했지만 병무청의 다른 직원들 눈에는 다르게 비칠 수 있겠죠. 아직까지 민원 들어온 건 없지만 누군가 민원을 넣을 수도 있구요. 사회복무요원 신분으로 너무 유명해져서 좋을 게 없다는 말에 저도 동의합니다. 누군가는 제게 질투를 할 수도 있고, 제게 원한을 품었던 사람들이 제가 복무중임을 빌미로 저를 공격할 수도 있는 것이잖아요. 그러다 정식 경고를 받으면 복무연장이 될 수도 있는데 최대한 안전하게 가는 게 최고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코딩하는 공익 매거진의 글 대부분 또는 전부를 비공개로 전환합니다.
제가 소집 해제하는 2020년 4월 중순에 본 글들은 다시 공개될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코딩하는 공익 매거진에는 복무와 상관없는 IT기술 관련 게시물들을 개제하거나.. 더 이상 글을 올리지 않거나 할 것 같네요.
다만 글쓰기 자체는 계속할 것 같습니다. 글은 제 인생의 낙이거든요. 저처럼 글 쓰는 걸 업이 아니라 취미로 하는 사람에게 글이란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어느새 수북하게 쌓여있는 존재입니다.
코딩하는 공익 매거진을 보고 매력을 느끼신 출판 관계인들이 몇 분 계십니다. 전역이 2020년 4월이니 5월 초쯤 출판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연재분에는 빠졌던 이야기나 조기 종결되며 글로 쓰지 못했건 내용들을 잔뜩 담아서요. 공익 신분이라 계약금도 0원으로 고정이니 편집자가 어떤 사람인지와 계약 조건 딱 두 가지만 생각하고 먼저 연락 주신 분들께 우선순위를 두고 차례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뻘글들 매거진이나 실패하는 스타트업 매거진에는 글을 계속 쓸 거예요. 그리고 상상텃밭 때문에 갑작스럽게 귀농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들도 새로운 매거진에서 종종 올라올 겁니다.
그래도 정말 다행입니다. 공무원 업무 자동화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뒤에 연락이 왔으니까요. 그리고 앞으로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약자가 억울함을 풀 수 있는데 도움이 되기를 마음속으로만 바라며 박스 나르고 화단에 물 주고 편지봉투 손으로 정리하는 성실한 공익이 되어 남은 복무기간 무사히 마무리하겠습니다.
임금체불을 겪은 친구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힘들어하는지 곁에서 지켜봤습니다. 앞으론 이런 피해자들이 더 빠르게 도움받는 세상이 오겠죠? 거기에 한 숟가락 얹을 수 있었다는데 만족합니다.
올 겨울은 따뜻할 것 같아요.
사회복무요원 반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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