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는 엔지니어
스타트업과 스톡옵션 이야기 본문
몇 년간 연락을 주고받지 않은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스타트업에서 스톡옵션을 받고 일 할 기회가 왔는데 이 조건이 지금 다니는 직장보다 좋은지 아닌지 판단이 잘 안 선다고.
작년 말. 옆 연구실의 박사 형님과 안면을 트고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그분은 CT이미지에 딥러닝을 적용하는 연구를 하셨는데, 마침 내 석사논문 주제가 CT영상에 GAN을 적용하는 거였어서 소문이 돌고 돌아 그분 귀에까지 들어갔던 것이다.
"스톡옵션 이만큼이 큰건가요? 급여를 보고 가야할지 스톡옵션을 보고 가야할지 고민이에요."
내 이야기가 직장을 선택하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줬을지 나는 사실 잘 모르겠다.
스톡옵션을 발행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좋은 인재에게 n년이상 근속이라는 족쇄를 채우고, 겸사겸사 인건비를 낮게 부를 기회가 생기는것과 마찬가지다. (n>=2)
스톡옵션 발행 상한이 정해져 있다지만, 공동창업자는 스톡옵션을 발행하므로써 자기 지분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만약 당신에게 누군가가 스톡옵션을 얹어서 스카웃제의를 한다면 그 회사는 당신을 정말로 필요로 한다는 뜻이 아닐까?
반면 스톡옵션을 받는 입장에서는 이게 공짜 주식이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스톡옵션은 결국 현재 정해진 금액으로, 미래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미래에 회사 가치가 증가한다면 싼 값에 비싼 주식을 살 수 있어 좋겠지만 회사가 큰 성장을 이루지 못 하거나 되려 회사가치가 감소한다면 휴지조각이 되는 것이다.
주변 스타트업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스톡옵션이 붙은 근로계약은 대게 스톡옵션이 없는 동일조건 근로에 비해 급여가 낮은 것 같다. 만약 본인의 능력으로 받을 수 있는 동종업계 평균 급여에 비해 급여가 낮은 편이라면 그 만큼 누적 급여액에서 손해가 발생한다.
따라서 본인이 판단하기에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 스톡옵션 행사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누적 급여액 손해를 메꿀 만큼 크지 않다면 굳이 그 회사로 갈 메리트는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코파운더들은 스톡옵션 계약을 체결한 직원은 계약 기간동안 이 회사를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라 착각하면 안 된다. 그 직원의 성장 속도보다 회사의 성장 속도가 느리다면 그는 더이상 이 회사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는 베스팅이나 클리핑계약을 체결한 공동창업자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능한 인재와 함께 일을 하려면, 회사는 그 이상으로 유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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