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는 엔지니어
내가 글을 쓰는 과정 본문
필자가 글을 쓰는 과정을 글로 남겨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의식의 흐름에 손을 맡기기로 했다.
일반인을 위한 업무 자동화 시리즈에 글을 쓰지 않은 지 한 달이 넘어간다. 그간 아이디어가 부족하기도 했고,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직 도장은 안 찍었지만 IT교과서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생능출판사와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정말 맛있는 밥도 얻어먹었다. 처음에는 단행본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지만 대학교에서 필자의 책이 교재로 사용되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기고 있기도 하고.
이 연장선에서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정말로 도움이 되는, 책 한 권 샀을 뿐인데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 그런 글을 쓸 수 있을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글 한편 올리기까지 더욱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코딩하는공익 매거진은 이미 세창출판사와 계약서를 작성하고 도장까지 찍었고, 그 외 실패하는 스타트업, 반병과 사람들 그리고 상상텃밭 세 매거진을 섞어서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소담출판사로부터 받았다. 비록 결렬됐지만. 어, 그러고 보니 모두 시옷(ㅅ)으로 시작하는 출판사다. 신기하다.
여하튼 킬링타임으로 시작한 취미가 어느새 취미일 수 없는 영역까지 한 발 걸치려고 하고 있다. 중압감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아무런 제안도 받은 적 없는 뻘글들 매거진에 글을 쓰는게 가장 즐겁다.
이 세상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작가가 있을 것이다. 만들고자 하는 작품을 먼저 철저하게 구상한 다음 글을 작성해 나가는 분들과, 그저 순간순간의 감정을 글로 옮기는 것을 선호하는 분들. 저술 분야가 아니라 다른 분야의 예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대리석 덩어리 속에서 작품을 완벽히 구상하고 이를 단순히 끄집어낸다고 표현했다. 전자에 속하는 예술가다. 잭슨폴록은 우연성에 의존한 작품을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후자보다 더 극단적이다.
필자는 후자에 속한다. 하루 중 표현하고 싶은 욕구와 공감받고 싶은 욕구가 차올라 극에 달하는 순간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 순간의 감정과 감상을 머릿 속에 가득 채우고, 그로 인해 떠오르는 표현을 쏟아내듯이 내질러 놓는다. 이 과정에서 필자의 성격이나 가치관, 특유의 위트가 묻어나오게 된다. 덕분에 글 한 편을 쓰는 데 한 시간도 채 안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 대신 글감이 안 떠오르면 며칠이고 글 진도를 한 글자도 나가지 못한다. 관련 분야의 교육을 받으면 좀 달라질까.
필자의 브런치 글들을 살펴보면 매거진에 따라 필체가 조금씩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감정에 충실해 쓴 글과 고민하며 쓴 글은 톤이 다르다. 각기 나름의 매력이 있겠지만 필자는 전자가 더 재밌게 읽힌다. 쓰면서 기분도 더 좋고.
여튼 요지는 필자는 무계획적인 글을 쓰는 것을 훨씬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다수의 출판제의가 들어온 이상 조금은 계획적으로 글을 쓸 필요가 생겨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다. 쉬운 말을 길게 했네.
새로운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건, 이런 중압감을 이겨내는데 성공했건 간에 필자가 글을 쓸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브런치를 켜는 것이다. 그리고 20초정도 고민을 하며 성의 없이 제목을 붙인다.
제목에 너무 공을 들이면 초장에 힘이 다 빠져버리더라. 이 다음 과정은 필자가 글을 쓰는 데 있어 가장 오랜 시간을 할애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바로 커버 사진 고르기.
커버 사진은 정말 중요하다. 마치 음원으로 치면 앨범재킷 같은 역할이라고 할까? 커버 사진이 마음에 안 들면 왠지 모르게 글이 진도가 안 나간다. 글의 주제와 잘 맞으면서도 보고 있으면 새로운 감동과 영감을 필자에게 제공해 주는 그런 훌륭한 사진을 골라야 한다. 그러다 보니 사진만 찾다가 하루가 끝나기도 한다.
필자는 예전에는 셔터스톡(https://shutterstock.com)을 애용했지만 최근에는 픽사베이(https://pixabay.com)를 주로 사용한다. 셔터스톡은 유료인데다가 라이센스의 제한이 따로 있다. 픽사베이는 어떻게 사용하여도 무료다.
일반인을 위한 업무자동화는 시간을 절약해 준다는 의미에서 시계와 관련된 이미지를 커버사진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맞추어 새로운 커버사진을 검색한다.
그리고 사진을 찾아다닌다. 하염없이.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면 그제서야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다른 글들과 달리 업무자동화 글은 코드와 작동 화면이 들어가 줘야 되기 때문에 준비과정이 길다. 사진자료들이 시간적 순서에 맞게 착착 들어가 주면 그 사이사이를 글로 메꾸는 작업만 하면 되는데, 이 과정에서는 필자가 크게 머리를 굴릴 여지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설명하는 글이다 보니 재미요소를 녹여낼 구간이 부족한 것이다.
여튼 그렇게 글을 완성한 다음, 몇 번 읽어본다. 긴장감을 이완시키거나 웃음을 제공할 수 있을 만한 구간이 적절한 위치에 있는지를 살피고 이게 부족하다면 약기운을 살짝 섞어 준다. 그러면 한 편의 글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이 글에는 웃음기가 없구나. 참 글이란 어려운 것이다. 슬슬 다음 글을 쓰러 돌아가야겠다.
'뜨거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 꼭 필요한 거야? (0) | 2020.05.30 |
---|---|
삶의 무게로 보는 인생의 속도 (0) | 2020.05.30 |
영향력에 대하여 (0) | 2020.05.30 |
노블티 병 (0) | 2020.05.30 |
자녀교육에 대한 단상 (0) | 2020.05.30 |
밤을 새는 대학원생의 마음가짐 (0) | 2020.05.30 |
연구자의 SWAG (0) | 2020.05.30 |
첫 단추 (0) | 2020.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