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는 엔지니어
꿈, 꼭 필요한 거야? 본문
"우리 애는 꿈이 없어. 그러면 안 되지 않아?"
다들 자녀교육에는 관심과 걱정이 많은가보다. 노동청에 계시는 분들에게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같은 건물 안에 명문대 나온 애가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앉아있다는 사실인 것 같다.
"코딩교육을 받아야 돼?"
"음대 보내려면 돈 많이 들지?"
"로봇 교육같은거 의미 있어?"
"우리 애가 기계과 다니는데 컴공 복전을 하는게 맞아?"
꿈이라. 간만에 생각이 깊어지는 질문을 받아 기분이 좋았다.
"제가 고1때 이렇게 생각했어요. 지금 꿈을 정하는건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 열 일곱살짜리 어린애가 무슨 통찰력이 있다고 벌써 인생을 설계하나. 세상 물정도 하나도 모를텐데."
"그럼 꿈이 없어도 별 상관 없는거야?"
"선생님은 꿈이 뭐에요?"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상당히 당황하셨다.
"내 나이에 꿈은 무슨."
"아뇨, 꿈이 있으실걸요. 어제보다는 오늘 조금 더 행복하자, 퇴근 후에는 푹 쉬자, 자식들 키우고 나면 뭘 하고 지내면 좋을까. 그런게 다 꿈이죠."
"그런가?"
"굳이 꿈이 구체적인 직업이나 전공이어야 할까요? 자녀분은 언제 가장 행복해 하나요?"
"글쎄..."
"누구나 다 행복해지고 싶잖아요. 그게 꿈 아닐까요. 어린 나이에는 그걸 손에 넣는 법을 모르니까 이리저리 방황하는거고. 정말로 자녀분이 꿈이 없을까요? 맛있는거 먹으면서 한 번 이야기 나눠 보시는게 어때요?"
"오랜만에 이야기나 좀 해 봐야겠네. 고마워, 병현씨."
문득 돌아서서 어린 시절 내 꿈이 뭐였나 돌이켜봤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5학년까지 계속 과학자가 꿈이었다. 6학년 때에는 꿈이 "페이퍼 모델러"로 바뀌었다. 종이를 이용해 모형을 만드는 미술가다. 중학교 1학년때의 내 꿈은 만화가였으며 2학년부터는 소설가가 꿈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에는 영어교사가 되고 싶었고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는 공학자가 되고 싶었다. 대학 시절에는 기업가가 꿈이었고.
지금 내 꿈은 화목한 가정 꾸리고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사는거다. 그걸 실현하기 위해 지금을 노력하면서 사는 중이고. 꿈이라. 반드시 필요하지. 그런데 굳이 어린 나이에 자기 미래를 확정지을 필요가 있나 싶다. 어제보다 오늘 더 행복하면 그게 꿈을 이룬 것이지. 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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