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는 엔지니어
브런치 글을 책으로 출간하는 여섯 가지 방법 본문
브런치는 유튜브나 아웃스탠딩, 카카오페이지와 달리 작품의 조회수가 수익으로 변환되지 않는다. 브런치에 아무리 열심히 글을 올리고, 글의 조회수가 폭발하고, 브런치 메인에 걸려도 통장에는 십원 한 장 생기지 않는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개인 블로그보다도 브런치가 경쟁력이 없다. 블로그에 구글 애드센스를 이용해 광고를 부착하면 광고 수익이 나오는데 브런치에는 작가가 광고를 부착할 수 있는 공간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가님들이 브런치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글들이 올라오고 있으리라. 여기서 한 가지 알 수 있는 점이 있다.
브런치 작가활동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표현 그 자체다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기에 많은 작가님들이 아직까지도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조회수가 떡상하고 좋아요와 댓글이 많이 달리면 더욱 강한 동기부여가 걸린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좋아해주고 있어."
오로지 뿌듯함 하나로 또 다시 키보드를 붙들고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다. 심지어 조회수가 잘 나오지 않아도 꿋꿋하게 글을 쓰고 계시는 작가님들도 많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들은 아마 모두 '출판'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오늘은 브런치에 쓴 글을 책으로 출판하는 여섯 가지 방법에 대해서 소개한다.
브런치 작가 프로필 오른쪽에는 <제안하기> 버튼이 있다. 이 버튼을 클릭하면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 아주 사소하고 간단한 기능이지만 의외로 이 버튼 하나가 불러오는 기회들이 많이 있다. 글이 널리 읽히게 되면 강연, 섭외요청부터 자문요청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제안하기 기능을 통해 온 제안 중에서 이런 제안도 있었다.
"강연을 한 번 와 주시면 150만원을 드리겠습니다."
당시 나는 사회복무요원 신분이라 수익을 창출할 수 없어 위 제안을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내게 주어진 마지막 숨을 내쉬고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도 이 제안을 잊지 못한 채 원통해할 것 같다.
이 버튼을 통한 출간은 크게 두 가지 경우에 일어난다.
1. 브런치에 연재된 글이 상품성이 있는 경우
2.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는 모습을 보니 상품성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경우
2번이 말이 조금 복잡하기는 한데, 두 가지 모두 예시를 보여주겠다.
브런치에 연재된 글이 상품성이 있는 경우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처음 쓴 매거진이다. 이 매거진에 글을 연재했고, 내용이 파격적인지라 정부로부터 검열과 협박도 받았고 언론에도 났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기에 있었던 일이다.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글은 시장성이 있다. 그래서 이런 글을 책으로 출판하면 잘 팔릴 가능성이 높다.
잘 팔릴 것 같은 글이 주인 없이 무료로 공개되어 있다. 출판사에서는 이런 글을 보면 탐이 날 것이다. 먼저 줍는 회사가 임자 아닌가?
그리하여 브런치에 상품성 있는 글을 연재할 경우 출판사 관계자가 <제안하기> 버튼을 눌러 먼저 연락을 한다. 이게 가장 바람직한 첫 번째 경우다. 내가 받았던 제안 몇 개를 공개한다.
출간제안이 오면 브런치 계정으로 이메일이 온다. 그리고 위에 있는 '제안, 목적' 칸에 출간 기고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 건은 '코딩하는 공익'의 출간 제안 메일이었다. 무사히 작업을 마무리하고 현재 전국 서점에서 유통중이다. 오늘 선인세를 받았다. 기분 좋다!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는 모습을 보니
상품성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경우
소제목이 참 길다. 말 그대로 '어, 이 작가 상품성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데?' 해서 오는 연락이다.
일반인을 위한 업무자동화 매거진을 한 달 가량 연재했을 때 생능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당시 연재분으로는 책 한 권을 만들기에 턱도 없이 분량이 부족한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출판사 분과 함께 여러 차례 미팅을 하며 책의 방향성을 다듬어나갔고, 원고를 처음부터 작성했다.
완성된 글이 아니라 '가능성'을 보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온 경우 기획출간이라는 프로세스를 체험하게 된다. 내 생각에 작가로써 할 수 있는 모든 활동 중 가장 궁극적인 활동이 기획출간이 아닐까 싶다. 기획자와 회의를 통해 전체적인 글의 방향과 책의 맛을 결정하고, 작가는 계획을 따라 글을 작성한다.
나는 편집자의 말을 잘 들어야 상품성 있는 책이 나온다고 굳게 믿기 때문에 목차 초안을 토대로 원고를 작성하는 첫 순간부터 편집자와 소통을 시작했다. 조금 쓰고 "이런 방향으로 써도 돼요?" 라고 물어보고. 한 챕터가 완성되면 또 편집자에게 카톡을 보내어 "중간점검좀 부탁드려요." 하고 피드백을 요청한다.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시장에서 팔리는 책을 만들 수 있는지는 기획자가 잘 알고, 글을 책으로 가공하는 과정은 편집자가 잘 안다. 기획출간은 그야말로 작가로써는 알 수 없는 영역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좋은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아,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정말 행복한 경험이다.
그런데 간혹 이런 경우도 생긴다.
간혹 작가의 가능성을 굉장히 고평가해주시는 출판사 분이 계시기도 한다. 작가 입장에서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고, 감사한 일이며, 행복해서 백플립 윈드밀을 두 바퀴 돌고 일어나고 싶어지는 경우다. 그런데 작가가 가진 역량이 부족하면 기획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제안이 터질 수도 있다. 소담출판사에서 기획출간 제안을 줬지만 당시 내가 가진 글 소스 중 계약이 안 된 글들로는 맛있는 책 한 권을 만들어낼 자신이 없었고 결국 불발로 끝났다.
준비가 덜 된 작가는 기회가 굴러들어와도 놓친다. 나 처럼 말이다. 흑흑.
이외에도 '제안하기' 버튼을 통해 아웃스탠딩이나 인프런, 카카오페이지같은 유료 플랫폼에서도 섭외 메일이 오기도 했다. 이런 곳은 글 조회수가 바로 수익으로 직결되는 꿈과 같은 곳이다. 그런데 내 신분 때문에 놓쳤다. 수익을 창출하면 안 되는 공노비 상태였거든. 슬프다. 흑흑.
브런치북 등 공모전에 참가하는 경우
브런치북 혜택 정말 좋아보이더라. 무엇보다도 선정작을 대상으로 광고를 정말 열심히 해 준다. 책은 광고를 하지 않으면 전혀 팔리지 않는다. 그리고 생각보다 책을 광고하는 데에는 돈이 많이 든다. 기회가 된다면 꼭 브런치북 공모전에 응모해 보길 바란다.
나는 사회복무요원 신분이었어서 한 번도 브런치북 공모전에 응모해 보지 못했다. 혹시라도 수상하면 쇠고랑이거든. 너무 슬프다. 흑흑.
원고를 출판사에 직접 기고하는 경우
브런치에 기고한 글을 정리해 출판사에 직접 제출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출판사에서 상품성이 있는 원고라고 판단하면 기획자와 편집자를 붙여 주고 책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게 정말이지 뭐랄까. 쉽지는 않은 일이라고들 한다.
브런치에 작성한 원고를 워드파일로 변환하는 과정이 번거로울텐데, 매거진에 글이 30개 이상 있다면 한 번에 할 수 있다. 아래에서 설명할 POD 출간 부분을 따라하면 매거진을 워드파일로 뽑아올 수 있다.
여기까지 살펴본 네 가지 방법은 모두 전문가에게 작품을 평가받아 상품성을 인정받아 글이 책으로 출간되는 과정이다. 솔직히 작가들은 자기 작품이 가치가 있는지 아닌지 누구보다도 잘 안다. 아무래도 출판사와의 협업으로 책을 출간하기에는 자신이 없거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다면 직접 책을 출간할 수 있다. 대표적인 방법 두 가지를 소개한다.
POD 출간
POD는 한국말로 '책 주문이 들어오면 인쇄를 시작하는' 출판 형태다.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닭을 튀기기 시작하듯 일종의 주문제작 배달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주문이 한 건 들어오면 한 권을 인쇄하고, 두 건 들어오면 두 권을 인쇄한다.
책이라는 물건이 한 번에 수 천 권을 찍으면 권당 단가가 싸지만 단 한 권만 찍을 때에는 단가가 비싸다. 그래서 출판사에서도 한 번에 몇 천 권씩 책을 인쇄하고 물류창고에 보관하면서 책을 판매한다. 시장성에 확신이 있는 글은 대체로 POD를 하지 않고 후술할 자비출간을 통해 대량인쇄를 한다.
그러다보니 POD 책은 책 단가에 비해 비용이 높고 순이익이 낮다. 하지만 그만큼 그 순이익 중 대부분을 작가가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일반적으로는 기획출간에 비해 한 권당 인세를 많이 가져갈 수 있다.
POD업체는 여러 곳이 있는데, 출판사를 굉장히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계약서를 쓰고 실제로 책을 유통하지 않아 책이 묶인 채로 시간만 흘러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 정말 슬픈 경험이었다.
어떤 업체를 고르면 좋을 지는 작가님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만 나는 브런치와 제휴한 부크크를 자신있게 추천한다.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대기업인 카카오와 제휴해 몇년째 안정적으로 유저 풀을 확보하고 있는 회사여서 그렇다. 이런 회사가 하루아침에 망할 것 같지는 않거든. 책의 유통도 괜찮게 해 준다. 부크크로 옮겨서 재출간한 <실전 민사소송법>은 현재 예스24나 교보문고 등지에서 유통중이며, 벌써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30편 이상 작성했다면 조금 더 손쉽게 POD책을 출간할 수 있으며, 인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상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자.
브런치 POD 링크로 들어가면 지금까지 발행한 매거진들의 정보를 볼 수 있다. 30편 이상 글을 발행한 매거진을 대상으로 <매거진 원고 신청하기> 기능이 제공되는데, 이 버튼을 누르면 브런치 매거진이 깔끔한 워드파일로 변환되어 제공된다.
POD출간을 할 생각이 없더라도 활용해볼 만 한 기능이다. 이렇게 깔끔하게 만들어진 워드파일을 출판사에 제출하면 첫인상이 조금은 더 좋게 작용하지 않을런지.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크크는 브런치와 별개의 회사다. 따라서 브런치를 통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부크크에 원고를 제출해 책을 출간할 수 있다.
자비출간
책을 출간하는 마지막 방법은 자비출간이다. 책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을 출판사가 아니라 작가 본인이 부담하고, 유통은 출판사가 대신 해 주는 방식이다.
다른 곳도 위와 가격이 비슷할 것이다. 대충 200만원 정도 있으면 책을 500권 찍을 수 있고, 출판사가 전국 서점에 유통을 대신해준다. 개중에는 유통을 정말 잘 해 주는 출판사도 있다. 내 첫 출간물이 자비출간이었다.
<법대로 합시다>는 한량 백수처럼 지내던 나를 공저자 이현도가 꼬셔서 만든 책이다. 당시 200권을 찍었고 비용의 30%를 내가 부담했다. 출판사가 생각보다 유통을 굉장히 잘 해서 전국 대형서점 어디를 가도 이 책이 책꽂이에 꽂혀있었고, 심지어 1쇄를 완판하기까지 했다.
단, 기획출간과 유통에 있어서 차이점은 마케팅이다. 기획출간은 출판사가 내부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 상품을 제작하는 과정이므로 투입 비용을 회수하려는 동기가 있다. 기획자랑 편집자가 한 달씩 작업했으면 두 사람 월급만큼 일단 비용이 지출된 것이고, 인쇄비도 들었을 것이 아닌가. 이 비용을 일차적으로 회수하지 못하면 적자다. 그래서 출판사에서 책을 팔기 위해 돈을 들여 마케팅을 실시한다. 자비출간 도서를 돈 들여서 마케팅하는 출판사는 흔하지 않다.
자비출간한 책이 굉장히 잘 팔리는 경우 출판사에서 기획출간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브런치에 올리지 않은 글로도 자비출간은 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책들이 원금 회수를 못 한다고 들었다.
요약정리를 해 보겠다.
출판업 관계자들 눈에 띄어 시장성을 인정받은 경우
1. 완성된 브런치 원고 출간제의
2. 기획출간
출판업 관계자들에게 내 글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경우
1. 브런치북 등 컨테스트
2. 출판사에 직접 원고 보내기
내 책의 가치는 내가 안다! 직접 출간하고 싶다면
1. POD
2. 자비출간
이상 브런치 글을 책으로 출간하는 여섯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댓글로 얼마든지 질문을 달아 주시기 바란다. 대부분 내가 겪어 본 방법이다 보니 아마 답변을 잘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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