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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글

브런치, 이제는 그만두고 싶어요

halfbottle 2020. 5. 3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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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1월 1일.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았다.


  그리하여 오늘이 작가 승인을 받은지 577일째.


  지금까지 브런치에 올린 글의 개수는 221개다. 이 글이 222번째 글이다.


  2.6일마다 한 편 꼴로 글을 써 왔다.


  브런치를 통한 출간계약 2건, 출판사 연락 6건, 기고문의 4건, 인터뷰 요청 10여 건.


  브런치를 통한 강연문의 수십 건, 자문요청 수십 건.


  지금까지 누적 조회수는 597,403회.


  내 계정의 구독자는 3,065 명.

 

나는 브런치 헤비유저다.

  그만큼 나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사랑한다. 브런치가 가져다 준 기회에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고, 브런치가 잘 되기를 바랬다. 카카오 분들을 만나면 항상 이렇게 물어보곤 했다.


  "혹시 브런치 팀이랑 만나본 적 있으신가요?"


  그만큼 브런치라는 놀이터에 대한 애착이 몹시나 깊었다. 그래, 브런치가 가진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정 하나로 버텼다. 작가도 독자도 모두 브런치에 대해 느끼는 문제점이 많을 것이다. 얼마전부터 내 브런치 피드에 이런 글들이 등장했다.

 

 

 

'브런치 팀에 바란다.' 공모전을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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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나는 것만 이정도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다. 이 링크들을 자세히 살펴보자. 맨 뒤에 숫자가 적혀있는데, 이 숫자의 의미는 '브런치에 발행한 글의 번호'를 의미한다. 브런치에 글을 200개 이상 올린 작가님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계신다. 아마 저 분들도 나와 같을 것이다. 문제점이 눈에 보이지만 애정으로 버티고 계신 것 아닐까.

 

내가 느끼는 불편한 점

  와, 너무 많다. 뭐 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1. 수익분배

  글은 내가 쓰는데 수익은 카카오가 가져가는 부분이 일단 가장 불만이다. 브런치에서 컨텐츠 생산자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 모두 막혀있다. 순수한 예술적 공간을 표방한다면 뭐, 이해할 수 있는 점이다. 하지만 브런치팀은 다양한 업체와 제휴를 맺고 POD 서비스나 공모전 따위를 운영하고, 작가들을 상대로 광고까지 한다.


  콘텐츠 생산자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돌아가지 않고, 그걸 홀딩하고 있는 플랫폼은 적극적으로 이윤을 창출한다. 광고가 아예 노출되지 않는 상황도 아닌지라 "순수한 예술 추구를 위해 광고를 배제한다" 이야기는 명분이 없다.

 


2. 글의 노출 방식이 이상하다

  컨텐츠 플랫폼은 새로운 작품과 인기가 급상승하는 작품을 전면에 노출한다. 새로운 컨텐츠의 출현을 장려하고 크리에이터들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브런치는 아니다. 신규 작품을 보고 싶으면 위치도 기억나지 않는 메뉴를 찾아 들어가야 하고, 실시간 인기 작품을 보려면 앱을 켜서 화면을 끝없이 스와이프해야한다. 열 번인지 스무 번인지 기억도 안 난다. 그저 뇌를 비우고 끝없이 화면을 넘겨야지만 도달할 수 있는 영역으로 기억한다. UX가 나쁘다는 말이다.  

 

  브런치는 구조적으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지 않은 신입 생산자가 컨텐츠를 노출시킬 기회 자체를 박탈하고 있다. 이름도, 약력도 밝히지 않은 익명의 에디터가 선정한 글만 메인화면에서 노출된다. 그런데 그 선정 기준에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감성적인 에세이와 소소한 일상에 관련된 글 위주로만 메인에 노출되고 있다. 그런데 이게 나의 감수성과 맞지 않다. 그래서일까, 브런치에서 글을 읽지 않은지 1년이 넘어간다. 내 글을 올릴 때에만 접속하게 된다는 말이다.  

 브런치 헤비유저인 나도 이런데 라이트하게 글을 읽고 싶은 독자들은 어련할까?


3. 브런치북 시스템 

 

 작년이었나? 브런치가 수년간의 베타서비스를 종료하고 정식 서비스를 런칭한다며 메일이 왔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브런치에서 런칭한 서비스를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그리고 한 번 해 봤다. 문제가 생겼다.

 

  브런치는 브런치북이라는 아이템을 도입하면서 매거진과의 연계성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했다. 당시 매거진 구독자가 꽤 모여 있었는데, "브런치북 만들기"를 누르니까 매거진 구독자가 다 사라져버린 것이다. 망연자실했다. 세 자리수 매거진 구독자를 모우기 위해 고분군투했던 날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눈앞에는 구독자 0명짜리 브런치북이 있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게 새로운 독자 유입에 도움이 됐냐고 하면, 전혀 체감을 못 하겠더라. 그래서 해체하고 다시 매거진을 만들었다. 구독자 0명부터 다시 시작하는 매거진. 기분 좋다.... 하...

 

  그리고 브런치는 메인에서 자꾸만 '읽었던 브런치북'을 다시 추천해 준다. 마저 읽으라고. 그런데, 혹시 그 브런치북이 재미가 없거나 기대 이하여서 다 읽지 않고 중단했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보다. 프롤로그만 읽고 닫아버린 브런치북을 계속 추천한다. 아니, 저런 거 말고 좀 재미있는 글좀 추천해 달라고요!

 

4. 악플러 제재를 하지 않는다

  악플러 차단 기능도, 키워드 제외 기능도 없다. 신고를 수십 건 넣어도 무대응이다. 오죽하면 내가 직접 크롤러를 만들어 악플러에게 대응해야 했겠나? 컨텐츠 플랫폼이 컨텐츠 생산자를 보호하려는 생각이 없는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

 

KAIST 출신 AI석사가 악플에 대처하는법

브런치는 훌륭한 플랫폼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블랙리스트 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악플러를 신고해도 처리가 너무 느리다. 며칠 전부터 악플러 한 명이 필자의 브런치 게시

bhban.tistory.com

 

 

  일단 그동안 느껴왔던 굵은 불만들은 이 정도다. 많은 브런치 유저들이 컨텐츠의 노출 방식에 대한 의문과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별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 것 같다. SEO를 통한 외부로부터의 유입은 훌륭한데, 정작 글이 좋아서 브런치 앱을 설치한 '브런치 애호가'에게는 소홀한 것 같달까.

 

  이래저래 브런치를 더 사용할 필요성을 점점 잃어가는 것 같다. 본진은 티스토리로 옮기고 브런치는 부차적인 곳처럼 활용하는게 좋지는 않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만들어 보았다. 한동안 티스토리를 사용해 보고, 불편하지 않다면 여기로 정착해야겠다. 만약 티스토리 또한 맘 편히 글을 쓰는 데 적합하지 않은 장소라면. 음. 나는 갈 곳을 잃어버리게 되는구나.

 

  아무쪼록, 브런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컨텐츠의 노출 방식"만 개선돼도 다시 돌아올 것 같기는 해요. 워낙 정이 많이 들어서 말이에요. 잘 있어요, 안녕.


  기존 브런치 구독자님들께서 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도록 고민을 해 보겠습니다. 티스토리에 새 글이 올라오면 브런치에는 티저와 링크를 삽입하는 식이 유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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