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는 엔지니어
인연에 대하여 본문
어디서 읽은 글귀더라.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람이 다가오는 것은 큰 사건이다. 그 사람이 살아온 역사가 함께 다가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새로운 인연을 맺고, 가까운 관계로 발전해 나가는 것은 상대방의 현재와 과거를 탐구하는 것이다.
사람의 인생을 골목길에 빗대어 볼까? 일자로 쭉 뻗은 곧은 길과 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도 있을 것이며 구불구불 휘어진 길, 여러 갈래로 흩어지는 복잡한 미로같은 길도 있을 것이다. 인생이라는 골목길의 형태는 인간의 내면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조금 더 설명을 더해보자면, 내면이 복잡하고 깊은 철학적 사유를 쌓은 사람은 무의식 위에 얇은 막이 여러겹 쳐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쉬이 파악하기 힘들다.
"존재란 무엇일까요?"
라는 질문을 듣는다면 사람들은 저마다 각각의 반응을 보일 것이다. 수양으로써 쌓아올린 견문이 많은 사람은 여기서 본인의 무의식적 대답 보다는 다른 철학자들의 견해가 먼저 입 밖으로 나올 것이고. 이런 사람들의 내면과 무의식은 당사자가 의도하던 의도치 않던 외부에서 쉬이 들여다보기 어렵다. 난해하고 갈림길이 많은 복잡한 골목길이 형성된다.
그리고 사람의 역사. 경험과 지식, 추억들이 이제 이 골목길 곳곳에 전시되는 것이다. 새로운 인연을 맺을 때에는 밖에서 골목길 내부를 조망하고, 조금씩 깊은 관계로 발전함에 따라 길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자박자박 걸어들어가 보는 것이 아닐런지.
예쁜 추억들이 장식품처럼 걸려있기도 할 것이고, 어딘가 모퉁이에는 오물이 방치되어 있을 수도 있다. 타인의 내면, 역사, 철학 그리고 감수성을 이해해 나가는 것은 살아온 역사를 산책하는 것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매번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는 재미와, 어디까지 이 길이 뻗어있는지. 중간중간 어떤 경유지를 거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현실에서의 여행과도 같이 설레는 일이다.
한 사람이 다가와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대사건이 맞다.
마음 속으로의 입장을 허락해준 상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경거망동으로 이를 헤집어 상처를 주지도 말아야 한다.
천천히 여유있는 발걸음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을 기울여 보자. 인연이란 쉬운 것이 아니니까. 나 또한 용기와 정성을 기울일 때 비로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품어줄 수 있으리라.
2019.11.17.전기장판을 틀어 두고, 이불 속에 누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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