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는 엔지니어
곰국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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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만나보니 어땠어?"
아침 수영 후의 샤워실. 상상텃밭 류동훈 이사가 샴푸 거품을 덕지덕지 묻힌 채로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문득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트리에 솜을 뿌려 장식하던 게 생각나 기분이 좋아졌다. 거품이 마치 소복이 쌓인 눈 같다. 어린 시절부터 몽글몽글하고 포근한 솜을 참 좋아했다.
잠시 고민하고 이야기했다.
"소금 안 친 곰국 같은 사람이었어."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소금 안 친 곰국은 싱겁기는 한데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 그렇다고 느끼하지만 그렇게까지 불쾌하지는 또 않아. 밥을 말기에는 좀 더 짜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또 맛이 없지는 않고. 니맛도 내맛도 아닌것 같으면서도 깊은 풍미는 또 있어. 근데 또 같이 곁들이는 짠 반찬의 맛은 살려주는 것 같으면서도 또 자기주장이 없지는 않지. 수분이 대부분이라 별 영양가가 없어보여도 그래도 영양가가 아주 없지는 않아. 그런 사람이었어. 자기 주관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나름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온, 큰 주목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 소홀하지는 않은. 그런 사람이야."
"미친 놈."
"인정."
부디 소금 같은 사람 만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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