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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는 엔지니어
누구나 저마다 감수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나는 감정이 차올라 넘쳐 흐르려는 순간을 포착하여 그것을 활자라는 형태로 하얀 배경 위에 쏟아버린다. 계획적이기 보다는 즉흥적인 표현에 가깝다. 퇴고도 안 한다. 몇 달 전에 브런치에 올려둔 글을 다시 읽다가 오타를 발견해 황급히 수정하는 일은 매우 빈번히 일어난다. 이런 저술방식은 감정을 정돈 없이 풀어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작가의 개성과 스타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는데, 작가의 감정선에 따라 작품활동의 빈도가 좌우된다는 뜻이다. 요즘 내 브런치에 글이 올라오지 않는 것 또한 이런 이유이며, 오늘 여러 편의 글을 한 번에 쏟아내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덕분에 나는 소설과 같은 정교하게 설계된 허구의 세계를 글..
박수를 치려면 손바닥이 두 장 필요합니다. 두 장의 손바닥이 가지런히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면 둘 중 한 쪽만 다가가도 짝 소리가 나죠. 이런 인연은 참으로 소중한 관계입니다. 놓치지 마세요. 두 장의 손바닥이 모두 상대를 향해 다가가면 어떡하냐고요? 짝 소리가 들리는 순간 깍지 끼세요. 경사났네, 경사났어. 2019.11.16.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며. 치즈케익 스튜디오 아트워크 그룹 치즈케익 스튜디오 cheesecake.quv.kr 코딩하는 공익 하루 만에 3만여 명이 본 브런치 화제의 글 〈크롤러를 이용해 우체국 등기우편을 자동으로 정리해 보자〉의 주인공, ‘코딩하는 공익’ 반병현 작가의 첫 에세이. 단숨에 인기를 얻고 좋은 일�� book.naver.com 법대로 합시다 이 ..
사골 육수가 섞인 면수를 마시고 싶다. 작년, 신림동에서 고시공부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역삼에 있는 학원까지 통학하기 위해 고시촌 쪽이 아니라 역 근처에 방을 구했다. 바로 아래층엔 술집이고, 옆 건물은 대놓고 화려하게 입간판 세워두고 영업하는 키스방이었다. 좌우로 즐비한 선술집, 밤 늦게 꺼질 줄 모르는 눈부신 모텔 led 간판들.. 한 마디로 개판이었다. 많은 일이 있었다. 식사중에 주인 아주머니가 주방에 오셔서, 내 옆 방 사람이 몇주째 연락도 안 되고 인기척이 없으니 같이 좀 가 달라고 말씀하셨다. 나도 옆방에서 나는 악취에 불만이 있어왔기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 말로만 듣던 그거구나. 오늘 시체를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아주머니 열쇠 가져와 주세요. 이거만 먹고 같이 가요." 그 ..
공익생활을 시작한 이후 너무 외롭다. 안동이라는 도시에는 도저히 정을 붙일 수가 없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이 곳에서는 나와 겹치는 분야에서 향상심을 발휘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다. 서울에서 열리는 개발자 컨퍼런스에 참석하면 그런 사람들이 우글우글하다. 아무나 붙잡고 말을 걸면 대화가 된다. 대학원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랩 형들 아무나 붙들고 커피를 한 잔 마시면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저주받은 도시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 나는 향상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경쟁을 피하지 않으며 남들보다 조금 더 피곤하게 산다. 성취감에 중독된 사람이거든. 그러다 보니 고독하다. 나와 같은 영역에서 경쟁도 하고 고민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노량진 공시생들이 밥만 먹고 헤어지는 속칭 밥터디..
이 이야기가 페이스북에 무사히 포스팅된다면 나는 다행스럽게도 이 목숨을 잃지 않고 지켜낼 수 있었다는 뜻이리라. 대전역을 가기 위해 궁동에서 택시를 탔다. "학생, 나는 빨리 가야돼 무조건 빨리" 무슨 말씀을 하신건지 확 와닿지 않아 잠시 벙 찐 사이에, 스프린터마냥 무서운 속도로 택시가 승강장을 빠져나갔다. 그간 보x드림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나 구전되던 전설의 구아방 제로백을 몸으로 느껴볼 기회가 생길 줄이야. 갑작스러운 행운에 나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빨간불이었는데... x됐다...' 대한의 건아로써 용기를 쥐어짜 겨우겨우 안전벨트를 착용할 수 있었다. 어느새 기사양반은 유성구청 앞까지 속력을 줄이지 않은 채 차선 사이를 요리조리 닷지하며 앞서가는 차들에게 쌍욕을 퍼붓고 있었다. 내가 운전..
석학들은 "노블티 병"이라는 고질적인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방법론을 발견하거나 그간 밝혀지지 않은 신비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노블티 있는" 지적 활동을 숭배하는 반면, 이를 실제로 세상에 불러오는 "구현"은 상대적으로 천시하는 것이 이 병의 주된 증상이다. 당장 나조차도 짧은 대학원생활로 인해 식견이 좁아진 편인데, 이를테면 어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설계하고 나면 마치 모든 과제가 종료된 것으로 착각하는 버릇이 있다. 방법이 설계되었다면 착수하고,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치즈케익 스튜디오 아트워크 그룹 치즈케익 스튜디오 cheesecake.quv.kr 코딩하는 공익 하루 만에 3만여 명이 본 브런치 화제의 글 〈크롤러를 이용..
간만에 C코딩을 하다 감성이 터져버렸다. void main(void) 우리들 삶이 이렇지 아니한가! 치즈케익 스튜디오 아트워크 그룹 치즈케익 스튜디오 cheesecake.quv.kr 코딩하는 공익 하루 만에 3만여 명이 본 브런치 화제의 글 〈크롤러를 이용해 우체국 등기우편을 자동으로 정리해 보자〉의 주인공, ‘코딩하는 공익’ 반병현 작가의 첫 에세이. 단숨에 인기를 얻고 좋은 일�� book.naver.com 법대로 합시다 이 책은 실생활에 쓰이는 법학지식, 교양 수준의 법학지식, 법이 무엇인지 가볍게 접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양서적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경제적 풍요를 위해 재테크에 시간을 투자 book.naver.com 실전 민사소송법 이 책은 도서출판 해피로라를 통해 2017년 출간된 ..
자녀교육은 전적으로 부모의 역량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안동으로 돌아가는 버스. 대각선 앞자리에 10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와 어머니가 타고 있다. "엄마 여기를 꽉 쥐니까 손가락이 저절로 접혀!" 아이는 들뜬 목소리로 엄마를 바라보며 손목을 잡았다 놨다 한다. 신기한 대 발견으로 잔뜩 흥분한 모양이다. 그런데 어머니의 대처가 찬물을 확 끼얹는다. "아니 그런거 하지 말고, 오늘 학원 빠졌으니까 집가서 숙제 하고 자야돼." 호기심 왕성한 꼬마가 손가락을 움직이는 근육이 사실은 팔까지 이어진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 근육의 작동원리에 궁금증을 가질뻔한 순간을 제쳐두고 숙제 타령이라니. 그렇다고 출장으로 피곤에 절어 있는 20대 후반의 남성이 갑자기 튀어나와 "옳지 꼬마야, 그건 flexor d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