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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는 엔지니어
시스템생물학 연구실에서는 주로 문헌조사에 기반한 시스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머신러닝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 연구실에서 가끔 머신러닝이 사용되는 연구들을 봐도, 대체로 KNN이나 SVM같은 재미 없는 친구들. 나는 Bioinformatics 분야 연구경력과, KISTI 연구보조 등의 커리어 때문에 입학 전부터 Informatics쪽으로 많이 훈련을 당했다. 그러다 보니 고차원 생체 데이터로부터 정보를 뽑아내는 빅데이터 마이닝 쪽을 주로 연구했고, 학부 졸업논문도 이쪽 분야에서 해결했다. 빅 데이터 마이닝으로 연구를 반 년 이상 했지만, 머신 러닝을 쓸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아마 이대로 졸업했으면 머신 러닝 스킬을 습득할 기회가 없었을 뻔 했다. 덕분에 날밤 새면서 구르고 있다만, 무..
방금 스팸전화가 왔다. "경북 의성에서 전화드립니다. 마늘 액기스 샘플을 무료로 드리고 있습니다. 통화 연결되신 40대 이상 남성분들을 대상으로..." 나는 40대 이상 남성도 아니고, 심심하던 차에 장난을 좀 쳐 보고 싶었다. 마침 의성이면 바로 안동 옆동네. 사투리 억양도 많이 비슷하다. "지가 마늘장사 하는데예." "(당황)아... 그 그러세요? 마늘 얼마에 파는데요?" "공판장에서 경매로 넘기는디 그게 매일 다르다 안 카나? 니 농사 짓는 사람 아니제?" "(개당황) 아... 저희는.. 그 가공.. 해서 판매하는 업첸데요.." "마 니들같은 놈들이 도둑놈들이다 카이! 밭떼기로다가 계약금 걸어놓고는 이런 저런 핑계 대면서 계약 파기하고 계약금 돌려달라 카고! 옆집 박씨네가 니들같은 놈들 때문에 어?..
나는 잠을 좋아한다. 정말로 좋아한다. 인간의 삼대 욕구 중 가장 황홀하고 달콤한 것은 수면욕일 것이다. 유신론적 견지에서는 잠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아름다운 축복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유신론적 사유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잡힌 입장을 고수하기 위하여 굳이 반대진영인 무신론적 해석도 밝혀 보자면, 인류가 이룩한 최대의 업적은 바로 잠을 잘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것 아닐까. 언어와 사회성의 획득, 전기의 발견, 우주정복 따위보다 수면이라는 생물학적 기능을 쟁취한 것이 이 땅에 인간이 태어나 가장 잘 한 일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 잠이 가지는 위상은 저만치도 높다. 그런데 그 존엄하고도 숭고한 행위가 방해받았다. 이게 모두 점심 무렵 커피가 함유된 음료를 한 모금 마신 탓이다. 커피. 한때 참으로 좋..
"이 연구는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어." "우리나라에 나 말고 이거 연구할 수 있는 사람 거의 없을거야." 리서쳐에게 이런 방향의 SWAG은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마이너하지만 힘이 쎈 학문들을 융합한 짬뽕연구를 할 때에는 이런 자긍심이 두려움을 극복할 힘이 되어 준다. 공포를 약간 마비시켜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으로 한 발 내딛을 용기가 되어 주는 것이다. 치즈케익 스튜디오 아트워크 그룹 치즈케익 스튜디오 cheesecake.quv.kr 코딩하는 공익 하루 만에 3만여 명이 본 브런치 화제의 글 〈크롤러를 이용해 우체국 등기우편을 자동으로 정리해 보자〉의 주인공, ‘코딩하는 공익’ 반병현 작가의 첫 에세이. 단숨에 인기를 얻고 좋은 일�� book.naver.com 법대로 합시다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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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분 뒤면 내 미래가 결정돼." "무슨 일인데?" 나와 그는 오늘 저녁 카페에서 프렛젤을 먹었다. 대학도 타지로 가고, 미네소타로 교환학생까지 다녀온 그는 최근부터 임용고시 준비를 위해 안동에 머물고 있다. 같이 밥 먹어줄 사람이 늘어서 좋다. "수요일 저녁 7시 40분이면 연금복권 추첨이 시작되거든." "너 복권 사냐?" "나는 복권을 사는게 아니라 인스턴트 행복을 사는 거야. 한 달에 만원씩."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복권이란 어차피 당첨을 기대하고 사는 것이 아니야. 그냥 사서 지갑에 넣고 다니기만 해도 수명을 늘려 주는 효과가 있거든." "난 네가 그렇게 무게 잡고 진지하게 개소리를 할 때면 포크로 머리를 뚫어버리고 싶어." "들어봐봐."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
방금 있었던 일이다. 안동 시내에서 아침부터 문 여는 헤어샵 찾아 해메던 중이었다. "저기요, 공덕이 많으신데 말씀좀 들어보세요." 우리 아버지뻘 되는 아저씨가 말을 걸어 오신다. 이런 포교활동이 어떤 비즈니스모델을 가지는지 세세하게는 잘 모르겠으나 나는 지금 몇 달째 자르지 못 한 머리를 한시바삐 잘라내고 정수리 펌을 해 빈약한 머리숱을 숨기고 싶은 마음 뿐인지라 그냥 지나쳐 보려 했다. 그런데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내가 전문 포교인한테 말빨로 이길 수 있을까? 아냐 쉽게 질 것 같지도 않은데?' 그렇게 어느쪽도 얻을 게 없는 고독한 승부가 시작되었다. "제가 공덕이 많긴 하죠. 제가 공덕을 어떻게 쌓아 왔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네?" 그 분은 몹시도 당황하셨다. 한 2초가량 말이 없으시길래 ..
남들은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나는 첫 단추는 일단 아무렇게나 끼우고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목적지가 멀고 험할수록 초기 시도의 무결성은 크게 중요치 않은 것이다. 딥러닝을 하던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초기 성능이 뭐가 중요한가? 수렴지점에서 성능이 중요하지. 그래서 더더욱 과감한 시도를 하게 된다. 일단 해 보고 피드백 받아서 고치면 되지 않나. 치즈케익 스튜디오 아트워크 그룹 치즈케익 스튜디오 cheesecake.quv.kr 코딩하는 공익 하루 만에 3만여 명이 본 브런치 화제의 글 〈크롤러를 이용해 우체국 등기우편을 자동으로 정리해 보자〉의 주인공, ‘코딩하는 공익’ 반병현 작가의 첫 에세이. 단숨에 인기를 얻고 좋은 일�� book.naver.com 법대로 합시다 이 책은 실생활에 쓰이..
점심 무렵. 단톡방이 시끄럽다. "나 어벤져스 방금 보고왔다!" 친구 한 명이 어벤져스를 보고 왔나 보다. 나도 마블 시리즈를 정말 즐겨 보고 있고, 이번 엔드게임 개봉을 몹시 기다리고 있었다. 6년 전, 나를 윽박질러가면서까지 아이언맨부터 퍼스트 어벤져를 정주행시켰던 그 분께 요즘 들어 무척이나 감사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 시대에 살아가고 있어서 행복하다.'는 평을 내릴 정도로 어벤져스 프랜차이즈에 심취한 친구도 있다. 아무튼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들여 쌓아 올린 세계관이 일종의 마무리를 하는 시점이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기대가 클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 친구는 아직까지 취직을 못 한 백수다. 그래서 당연히 오전에 남들보다 시간이 많고, 눈 뜨자..